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파견노동자가 노동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용역노동자보다 임금·근로조건이 낫다는 정부 주장은 사실일까.

고용노동부는 최근 ‘대통령 담화 관련 양 노총 성명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가장 열악한 일자리인 청소·경비 등 용역근로에 집중돼 있는 고령자의 경우 노동법 보호영역으로 포함돼 근로조건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파견근로자(169만4천원)가 용역근로자(148만6천원)보다 임금 수준이 14% 정도 높다”는 통계치를 제시했다. 언론에 배포한 자료인데도 해당 통계 출처나 조사 대상자 직종·연령 같은 필수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이 26일 “정부 주장은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억지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대기업 전문직 파견노동자와 청소용역 노동자의 임금을 단순비교하는 방식이라면, 당연히 파견직의 임금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정부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홈페이지(public.moel.go.kr)에 공시한 공공부문 파견·용역직의 임금자료를 비교·분석했다.

공공부문 파견보다 용역 임금 더 높다

민주노총 조사의 결론부터 말하면 파견이나 용역이나 월평균 200만원 언저리의 저임금 노동이라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업무유사성이 높은 공공기관 파견·용역직 임금을 비교한 결과 정부 주장과 달리 용역직 임금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부문은 크게 중앙행정기관(26곳)·지방자치단체(134곳)·공공기관(234곳)·지방공기업(72곳)·교육기관(69곳)으로 구분된다. 상대적으로 파견직 비율이 높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실태를 살펴본 결과 공공기관의 경우 용역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213만원)이 파견노동자(205만원)보다 높았다. 지방공기업에서도 용역직(202만원) 월급이 파견직(176만원) 월급보다 많았다.

공공기관만 따로 떼어 내도 결과는 비슷하다. 234개 공공기관 중 파견직과 용역직을 동시에 고용하는 기관은 118곳인데, 이 중 54.2%에 해당하는 64개 기관에서 파견직 임금이 용역직보다 높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부 주장이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118개 기관 파견·용역직의 월평균 임금을 비교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해당 기관 용역직 임금(227만원)이 파견직(194만원)보다 높다. 간과해선 안 되는 지점은 파견직이나 용역직이나 월 200만원 안팎의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한다는 사실이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실장은 “파견법의 보호를 받는 파견직의 임금·근로조건이 용역직보다 낫다는 정부 주장은 근거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정부가 공시한 공공부문 파견·용역직 임금을 비교해 보니 정부 주장에 반대되는 근거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파견이나 용역이나 "어차피 월급 200만원"

노동부는 ‘기간제 설문조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파견대상업무 제한 완화시(전면확대 전제) 파견근로자 규모가 현재 약 0.9%에서 2%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파견직을 현재 총고용 대비 1%포인트 증가시킬 경우 기간제 고용은 0.2%포인트 줄고 사내하도급 고용은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반해 0.4%포인트의 순고용 증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노동부 주장대로라면 파견 허용범위가 늘어나면 신규 일자리가 증가하고 해당 일자리의 임금도 대폭 상승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오민규 실장은 “정부 정책의 목표가 생활임금과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면 파견직을 늘릴 필요 없이 정규직 일자리를 확대하는 편이 유효하다”며 “굳이 파견 허용대상을 늘리겠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이 노동자 보호가 아니라 기업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해 주는 데 쏠려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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