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승복 ㈔몸펴기생활운동협회 상임이사(전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408일. 고공농성을 벌였던 차광호씨가 땅으로 내려오는 데 걸린 기간이다. 아직도 부산에서는 생탁·택시노동자가, 서울에서는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100일을 훌쩍 넘겨 하늘에서 농성 중이다. 통계상 분규 사업장과 근로손실일수는 줄어든다는데 장기투쟁 사업장은 그대로다. <매일노동뉴스>가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연속기고를 게재한다.<편집자>

내가 몸 펴기 생활운동을 접한 것은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직무를 수행하던 2007년 6월 벌인 26일간의 단식투쟁 직후였다. 전국 지부사무실 폐쇄와 구조조정·총액인건비제·연금개악 등 계속되는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이 자행되던 때였다. 몸 펴기 운동은 자세만 바르게 하면 모든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간단한 원리에서 시작한 운동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하는 운동법이고 비용을 들이거나 시간을 별도로 내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조합원과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직감했다.

활성화만 되면 열악한 환경 때문에 악화된 건강을 되찾고 영리 목적의 의료 독점자본에 희생되고 있는 민중의 건강 증진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무엇보다 궁극적인 병의 원인을 밝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면 일부 계층이 독점하고 있는 의학지식을 보편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동안 노동자를 위한 수련과정을 만들고 특별 수련과정을 진행하며 농성장과 장기투쟁 사업장이 있으면 어디든 무조건 달려갔다. 민주노총 산하 조직은 물론이고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농성장 지킴이들, 세월호 참사 농성장 유가족,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와 텔레웍스지회를 찾았다. 이 땅의 차별받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하고 현장을 강화해야겠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민중을 위하고, 배운 것을 남에게 주자는 몸 펴기 생활운동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8년 동안 쌓아 온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몸 펴기 생활운동 저변이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일상생활에서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생활 밀접형 운동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투쟁현장에서 건강을 위하는 일에 너와 내가 따로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이다.

몸 펴기 생활운동 원리는 말 그대로 몸 펴는 자세를 일상생활에서 찾아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걸을 때, 앉아 있을 때, 누워 잠잘 때는 물론이고 특히 노동자들이 투쟁현장에서 손쉽게 일상생활에서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고민에서 착안한 자세가 건강한 1인 시위 동작이다. 즉 팔꿈치를 곧게 펴서 머리 위로 올리면 가슴이 펴지고 허리가 자연스럽게 세워지면서 무릎 또한 펴지는 자세다. 여기에 피켓만 올리면 1인 시위 자세가 된다.

이 자세를 10분 정도만 하면 목·어깨·가슴·허리·무릎 등 몸 전체 근육이 풀리면서 통증이 해소된다. 오장육부는 물론 내장 근육이 풀리면서 모든 기능이 정상화되면서 두통·오십견·비염·소화불량·변비·생리통이 해소되며 특히 감기 몸살 예방과 치유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이 동작은 공격적이고 비장한 결의가 보이는 자세를 취함으로서 선전효과가 탁월하고 건강도 챙기는 1석2조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이미 투쟁 사업장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다. 보기만 해도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이 동작을 시늉만이라도 내 보면 효과를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 교육원 연중 상설 프로그램으로 몸 펴기 생활운동 안내사범 양성과정을 개설해 4개월째 진행하고 있다. 1년 동안 주 1회 과정을 거쳐 배출되는 협회 인정 공식 사범이 배출됐다. 민주노총 산하 주요 사업장에도 몸 펴기 생활운동이 활성화돼 조합원 건강증진은 물론 조직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스스로 깨우쳐서 실천해야만 하는 몸 펴기 생활운동이 이 땅 차별받는 현장의 비정규직과 차별에 저항하는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활동가 모두에게 정착돼 정신적·육체적 고통에서 해방되는 그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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