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은행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진다. 소득증명이 안 되면 대출받기가 어려워지고, 원금 상환은 뒤로 미루고 이자만 갚는 거치식 대출은 받을 수 없게 된다. 차주의 다른 금융부채 원금상환 부담도 고려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이 도입되면서 신규 대출자는 은행으로부터 상환계획을 비롯해 신용상태를 깐깐하게 점검받는다.

◇주택담보대출 때 분할상환 원칙=금융위원회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향 및 은행권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는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을 확대하고 DSR 도입과 차주 소득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내년 2월부터, 그 외 지역은 같은해 5월부터 적용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규 주택구입용 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60% 초과 대출 △주택담보대출 담보물건이 3건 이상인 사람의 대출 △신고소득을 적용한 대출에 대해서는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최대 1년으로 제한되고, 1년 이후부터는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야 한다.

다만 의료비·학자금 같은 생활자금이거나 명확한 상환계획이 있는 경우, 아파트 분양 때 받는 집단대출은 예외로 두고 예전처럼 일시상환이나 거치식 대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차주의 총 금융부채 상환부담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도입된다. 기존에는 DTI를 활용해 차주의 금융부채 상환능력을 평가했으나 내년부터는 차주가 받았던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부담도 고려하는 DSR로 상환능력을 평가한다. 은행이 판단하는 적정수준을 초과하면 사후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상환계획 상담을 진행한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DSR은 리스크 관리요소로만 사용할 뿐 대출규모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은행이 실질적으로 대출을 거절하는 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에서 판단할 때 차주의 소득대비 대출이 80%를 초과할 경우 차주와의 상담을 통해 대출 규모를 줄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차주의 소득심사도 강화된다. 차주는 국세청에서 발급한 소득금액증명원 등 객관적 소득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소득증빙이 어렵다면 국민연금·건강보험료 같은 인정소득이나 신용카드 사용액을 비롯한 신고소득을 제출해야 한다.

손 국장은 "대출이 필요한 수요자가 상환능력에 맞게 대출을 받고 처음부터 조금씩 갚아 나가도록 유도함으로써 차주의 장기적인 상환부담이 줄어들고 연체위험도 감소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해 연착륙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단대출은 예외, 효과 있을까=금융위는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규제에서 아파트 중도금·이주비·잔금 대출 같은 집단대출을 제외했다. 폭증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383조7천억원이다. 이 중 집단대출은 104조6천억원으로 증가한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아파트 분양물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향후에도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애초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가계부채관리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가 수도권은 내년 2월, 비수도권은 같은해 5월로 가이드라인 적용시점을 늦춘 것을 두고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적 이유 때문에 1개월 정도 수도권 시행을 늦췄고 지방은 3개월 정도 시간이 더 걸린다는 계산 때문"이라며 "불필요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신고소득]
신용카드(체크카드 포함) 사용액이나 매출액·임대소득·최저생계비 등으로 추정한 소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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