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정말 파시즘 근처로 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듭니다. 조계사…. 군사독재시절보다 더한 것 같아요. 민주노총을 잡도리하고 나면 굳이 노동개악을 밀어붙일 이유도 없겠지요. 그런 무거운 책임감이 정말 강하게 짓누르는 밤입니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가 최근 기자에게 보내온 텔레그램 메시지의 일부다. 그는 요즘 한상균 위원장이 은신한 조계사에서 때아닌 보초를 서고 있다. 24시간 비상경계 태세다. 취재를 위해 조계사를 찾았다가 어두운 표정의 그를 봤다. 그는 “노동개악만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탄압이 어떤 의미인지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시절이 하 수상하다. 기자로서 꽤 여러 해 민주노총을 출입했지만 요즘처럼 황당한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없다. 민주노총과 산하조직들이 거의 일제히 압수수색을 당하고, 수백 명의 민주노총 관계자와 조합원들이 경찰의 수사대상이 됐다.

그뿐인가. 올해 4월 총파업과 5월 노동절 집회 이후 사실상 연금상태로 발이 묶였던 한상균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대회에 동참하고자 외출을 시도했다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국가전복세력의 수장 취급을 하는 검경과 보수언론의 태도를 볼 때 한 위원장이 자신의 임기 중에 집무실로 되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러니 “기어이 박근혜 정부 내에 민주노총이 법외노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전교조나 공무원노조에 대해 정부가 취한 태도를 떠올려 보면 민주노총에 대한 법외화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 듯 보인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민주노총이 창립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경찰이 5일 2차 민중총궐기대회 관련 단체들의 집회신고를 전부 불허했다. 경찰은 민중총궐기대회 주도 단체가 아닌 일반 시민·사회단체가 낸 집회신고마저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집회현장에 백골단의 부활을 알리는 검거전담부대 투입을 예고한 상태다.

이쯤 되면 누가 폭력을 유발하는지 명백해진다. 비정규직을 늘리지 말라고, 쉽게 해고하지 말라고, 임금을 함부로 깎지 말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에 대한 정권의 폭압이다. 눈엣가시인 민주노총에 대한 가공할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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