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

“젊은 노조간부들, 아직 크지도 않았는데 소비되고 있다.” “손잡고 노조활동하고 집회 갈 친구가 필요하다.” “청년들은 민주노총을 시위만 하는 집단으로 본다. 사실이 아니지 않나.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기성 노조문화에 청년들 거리감 느낀다. 노조 첫 모임 후 3분의 2가 탈퇴했다.”

지난 6일 ‘민주노총 청년사업 간담회’에 참여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노조간부들이 민주노총에 대한 고민을 쏟아 냈다. 청년세대가 기존 노조문화에 거리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노조는 그들을 이해하거나 소통하지 못하고, 적합한 교육도 없이 무작정 조직화하려는 방식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게 다수의 지적이었다.

민주노총 조합원 평균 연령은 45세가 넘는다. 향후 10년간 25만명 가량이 퇴직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청년들의 노조가입률은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청년세대를 볼모로 노동개악을 강행하고 있지만 민주노총의 대응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청년사업은 시급한 과제다. 민주노총은 2009~2010년 ‘청년학생 조직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으나 단발성 사업에 그쳐 중단됐다. 올해 다시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을 중심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그 일환인 ‘민주노총 청년사업 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은 청년전략조직화 사업단 구성과 전략조직화 사업을 제안했다. 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건설기업노조·금속노조·민주일반연맹·희망연대노조·전교조·보건의료노조에서 청년간부 20여명이 참여했다.

그들은 “조직화라면서 대상화시키는 관점부터 문제”라고 비판하고, “어떻게 청년사업에 접근할지에 대한 관점도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사업단을 구성하고 전략조직화를 하자는 건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청년사업, 독립된 영역 필요하다

청년간부들은 청년의 욕구와 상황에 맞는 교육을 역설했다. 청년들이 기성 노조문화에 거리감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무작정 현안투쟁으로 이끌 게 아니라는 것이다. “노조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깨기 위한 소통형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친구들 중 인턴이 많다. 그런데 인턴을 노동이 아니라 스펙으로 생각한다.” “학생 때 노조를 배웠더라면 더 빨리 활동에 참여했을 것이다.”

그들은 경험담을 통해 예비노동자인 학생에 대한 교육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알바에 관심이 높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그 권리와 피해해결을 포함한 상담교육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노조 인식이 긍정적인 해외사례를 소개해 노조의 사회적 가치를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참가자들은 청년조합원이 기존 노조체계에서 겪는 고충도 토로했다. 몇몇 간부는 “나도 발언권이 있는 간부지만, 기존 조직체계에서 (선배들 또는 기존 운동문화와 원칙 등의 권위에 눌려) 발언조차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는 “청년기구를 만들어도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청년층 고유의 시각과 색깔을 사업화할 수 있는 ‘청년조합원의 독립된 조직체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해 청년위원회 설치를 모색 중이다. 공공운수노조도 내년 초 청년위원회 구성을 목표로 청년조합원들의 노조활동과 리더십을 높이는 사업에 나선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이미 청년부를 신설했다. 그런데 청년부장을 선임하지 못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한때 흥미 중심의 동호회 활동도 추진하려 했지만 “청년사업도 노조답게 해야 한다”는 선배 간부들의 충고가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청년들이 바꿔 나갈 민주노총의 미래

다수 조직들은 아직 청년계층에 특화된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연맹·금속노조·보건의료노조·전교조·희망연대노조는 기존 사업체계 안에 청년조합원들이 참여하거나 이제 막 청년사업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단계다. 청년조합원이 거의 없는 건설기업노조·민주일반연맹은 아예 사업구상조차 못해 봤다.

청년사업이 꼭 새로운 영역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청년층 다수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사업 못하면 청년사업 성공할 수 없다”며 기존 비정규직 사업에 더 집중하는 것이 청년사업의 기본 토대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청년실업과 같은 사회의제에 대한 해결능력이 곧 청년사업이고, 그 결과 청년조직화는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민주노총은 청년사업을 준비해 갈 초동주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로 간담회 참가자들과 의견을 모았다. 당장 이달 12일에는 살바토레 라마 유럽노총 청년위원장과 만난다. 다음달에는 국제노총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청년활동가 교육을 개최한다. 향후 ‘청년조합원 실태조사’도 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의 청년사업 방향은 △청년노동자 주체형성을 통한 조직문화 혁신 △청년노동자 권익보장과 노동조건 개선 △청년 당사자 운동으로 지속시킬 방안 마련 △세대별 특성을 반영하고 미래세대에 특화된 조직틀 마련 등이다.

상상만 해도 기대된다. 청년조합원들이 바꿔 나갈 민주노총의 미래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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