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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 "사업장 안전관리 글로벌 수준으로 올려야 3만달러 시대 연다"
▲ 정기훈 기자

“우리나라 경제규모와 노동자 생산성은 이미 글로벌 수준입니다. 하지만 사업장 안전은 글로벌 수준에 못 미쳐요.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고, 안전관리 체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김영기(61·사진)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구로구 협회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영기 회장은 LG그룹에서 30년 넘게 인사노무와 안전업무를 담당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그는 경영계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협회 회장에 발탁됐다. 사업장 안전관리 책임자로서 다년간 쌓은 전문성과 환경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만들어 사업장 안전관리체계를 만든 점을 평가받았다.

협회는 1964년 설립 이후 산업현장 안전진단·안전점검·컨설팅을 맡고 있다. 850여명의 산업안전기술사와 산업안전기사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장을 찾아 안전진단을 한다. 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도 600여명의 협회 직원들이 사업장을 방문하기 위해 출장을 나갔다. 김 회장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글로벌’과 ‘인재’를 반복해 강조했다. 글로벌 수준의 안전관리 체계를 정립하고, 산업안전 분야의 인재가 양성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다”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업장 안전관리 체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안전은 근로자·경영진 모두의 관심 영역

- 경영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한산업안전협회 회장에 임명됐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경영진으로 오래 일하다 협회 회장에 취임해 산업현장 안전을 살펴보니 느낀 게 많았다. 경영계 출신 이력 때문인지 노동계가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현장을 모르는 경영진이 사업장 안전의 실상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 책임자는 경영진이다. 작업현장을 안전하게 조성해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경영진과 노동자 모두에게 필요한 안전 분야 컨설팅을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안전경영이 왜 중요한지, 경영진이 어떻게 하면 안전한 경영을 할 수 있는지 설득할 수 있다. 산업현장 안전은 근로자와 경영진 모두의 관심 영역이다.”

- 산업안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LG전자 부산 연지공장에서 근무했을 때 노동자가 협착사고를 당한 일이 있었다. 팔이 절단된 사고였다. 사고로 인해 공장에서 더 일할 수 없게 됐다. 채소장사를 시작했는데 결국은 잘 안 됐다. 사고로 인해 한 가정이 어려워진 것이다. 산재 사고는 단순히 사고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가정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 지난해에만 9만909명이 사업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매일 5명이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5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가 전체 사고의 81%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협회 회장으로 있는 동안 산업재해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고,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다.”

김 회장은 인터뷰를 하던 날에도 고용노동부의 내년 예산안에 30인 이하 사업장 안전관리 예산이 증액됐는지 살펴보라고 직원에게 지시했다.

“산업현장 기술에 안전관리 못 따라가 … 인재 양성 필요”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이 산재 1위다. 협회 수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낄 것 같은데.


“물론이다. 국가산업단지에는 40년 전 공정과 최근에 교체된 공정이 공존하고 있어 사고 발생 우려가 높다. 기술은 진보하고 있는데 안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낙후하다. 경영진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산업안전은 뒷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영자는 안전에 투입하는 돈을 손실로 생각하고, 노동자는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을 번거롭게 생각한다. 최근에는 안전관리 대행기관 진입장벽이 낮아져 전문성이 부족한 기관이 안전관리를 하는 사례도 있다. 입찰경쟁을 하다 최저가에 낙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업장에서 위험이 잉태되고 있는 셈이다. 제조업종에서는 신소재와 신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어 사고 양상이 급변하는 추세다. 이전보다 전문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협회는 최첨단 전문장비와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장에 맞는 안전진단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 협회는 산업현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제조업종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다양해지고 있는데도 안전관리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협회는 올해 80여명의 산업안전기술사를 채용했다. 조만간 20여명을 더 뽑을 계획이다. 그럼에도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에서 산업안전 전문가 육성을 등한시했는지, 인력은 필요한데 공급이 안 되는 실정이다.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에서 안전관리 전문가를 확충해야 한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물인터넷과 산업안전이 접목된다면 노동자가 직접 위험공정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유해화학물질을 탐지하는 센서를 부착한 장비를 작업장에 투입해 검사한다면 한화케미칼 폭발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

- 산재 사고를 위해 노사정 각각의 역할이 중요한데. 노사정에 바라는 점이 있나.

“산업현장 안전에 대한 인식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올해 모그룹 회장이 비용을 이유로 안전을 소홀히 한다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그룹 오너가 얘기했으니 계열사 사장단도 안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산재 1위 오명을 탈출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현장이 안전한지 꾸준히 감시해야 한다. 정부가 일일이 현장을 감시할 수 없다면 민간에 이양하는 것도 방법이다. 회장에 취임하면서 협회는 (산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손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기업도 안전경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원청은 물론 하청업체에서 안전관리가 되고 있는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기업 이미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중대재해사고가 나면 그동안 쌓은 이미지는 물거품이 된다.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업체는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하는지, 안전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문제가 있을 경우 거래를 해지해야 한다. 미국 듀폰사는 안전을 기업 이념으로 삼고 있다.”

“산재 사고에서 골든타임은 예방 … 협회 역량 강화하겠다”

- 임기가 3년이다. 임기 동안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다. 산재 사고에 골든타임은 없다. 그만큼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회는 1964년부터 축적된 사업장 안전관리 경험을 토대로 사업장에 최적화된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정부의 로드맵처럼 협회도 종합적인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겠다.”

- 사회공헌을 위해 2천만원을 출연했다고 들었다.

“협회의 역할인 안전관리는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사람이 최우선이다. 지난 6월 협회 사회공헌위원회가 출범했다. 사회공헌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위원회를 만들었다. 6개 지역본부와 22개 지회를 통해 불우이웃돕기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복지시설 안전관리를 하기도 했다. 협회의 강점을 살려 재정적으로 넉넉지 않은 시설이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점검했다. 앞으로도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할 생각이다.”

[김영기 회장은]

LG그룹 회장실 인사팀장 이사대우(1996년), LG 구조조정본부 인사지원팀장 이사(1998년), LG 구조조정본부 인사담당 상무·중앙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1999년), LG전자 HR부문장 부사장(2000~2007년), 제3대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회장(2004~2012년), LG전자 부사장(2008~2011년), LG그룹 CSR팀 부사장(2012~2014년)

구태우  ktw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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