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폭스바겐 지배구조가 문제라고 뉴스다. 세계 1위 자동차제조업체가 배출가스를 조작했다고 해서 세상이 떠들썩한 폭스바겐 사태는 급기야 기업의 지배구조가 문제라고 보도됐다. 언론은 ‘북한 같은 지배구조’가 이번 사태의 발단이라고 기사 제목을 뽑았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폭스바겐의 지배구조를 "창업자 가문이 3대(代)째 경영을 주도하는 폭스바겐 내부의 폐쇄적인 경영 결정 방식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구조"라며 북한의 지배구조에 비유했다. 그러고서 "독재적 리더십은 시대에 뒤떨어진 지 오래"라며 "제대로 작동하는 기업지배구조가 실종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칼럼에서 "폭스바겐의 문제는 감독이사회 회의실에서 시작됐다"며 북한에 비유될 만큼 비합리적인 지배구조가 폭스바겐 사태의 배경이라고 썼다. 북한의 지배구조가 무엇이건데 그것에 비유해서 나쁘다 하는 것일까. 북한 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으니 제대로 비유한 것인지 알지 못하겠고, 3대를 이어 지배하고 있다는 걸 보니 권력 세습을 말하는 것일 게다. 그러나 뭐 이런데 관심을 두고서 뉴스를 읽었던 것은 아니다.

2. 감독이사회란 독일 기업 특유의 조직으로, 경영진을 선임·감독하는 이사회 같은 기구를 말한다. 우리의 경우 상법상 주식회사에서 이사회와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하는 이사회 일원적인 회사 운영 구조라면 독일의 경우는 이사회와 감독이사회 이원적인 구조로서 감독이사회가 이사의 선임 및 해임 권한을 갖고서 감독하는 기구로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을 주도한다. 따라서 감독이사회의 지위는 사실상 우리의 경우 주식회사에서 이사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언론은 이런 감독이사회가 문제라고, 이번 배출가스 사태는 "폭스바겐 문제는 감독이사회 회의실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기사를 좀더 자세히 읽어 봤다. 폭스바겐 감독이사회 멤버 중 3명만 외부인이고, 감독이사회 의결권의 50.7%를 대주주가 장악하고 있다 보니 건설적인 비판이나 외부 시각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뉴스는 지적하고 있었다. 감독이사회 의결권을 대주주가 장악하고 있다면 그 대주주의 의지에 따라 경영방침을 정해서 회사가 운영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니 외부 시각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은 타당할 수가 있다. 그동안 20년 넘게 감독이사회를 주물러 왔던 사람은 올 4월에 퇴출당한 창업자의 외손자인 페르디난트 피에히였다는데, 그는 가정교사였던 자신의 네 번째 부인을 감독이사회 이사로 선임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으며, 그런 피에히를 축출한 것은 창업자의 친손자인 볼프강 포르셰 현 감독이사회 의장이고, 그는 이번 배출가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마르틴 빈터코른 전 CEO의 후견인이었다고 뉴스는 보도하고 있었다. 어쩌다 나는 자본주의 회사 지배구조에 관심을 갖게 돼서 골치 아프게 이렇게 독일 자동차재벌의 가족사에 가문 전쟁까지 읽는가. 이번에 미국에서 배출가스가 수사로 문제되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손꼽히게 실적 좋은 자동차회사라고 떠들어 대 왔던 언론은 문제투성이 회사라고 난도질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폭스바겐은 기업 지배구조가 문제였다고 말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독일도 우리처럼 족벌재벌의 기업구조라는 것인지, 나는 기사를 꼼꼼히 읽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족벌경영이 판치는 이 나라에서 노동자권리 타령으로 사는 내가 자본주의 선진국이라고 해도 족벌경영은 별 수 없다는 것인지 어찌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뉴스는 폭스바겐의 감독이사회가 창업주 가족과 정부, 그리고 노동조합 대표들로 구성되는 폐쇄적 구조라서 문제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분을 창업주 가족이 소유하고서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니 이는 분명히 우리의 족벌재벌과 많이 닮았다. 그래서 이것이 문제라고 창업주 가족이 아니라 보다 많은 주주들이 골고루 지분을 소유하는 회사가 바람직하다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려고 하는 걸까. 한두 가문이 주인인 회사보다 열 가문이 주인인 회사가 바람직하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과연 그런 것일까. 어찌된 일인지, 그래야 한다고 쓰고 있는 것을 나는 읽지 못했다. 그런데 노동자는 이런 지배구조에 얼마나 관심을 둘까. 기업을 지배할 만큼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는 노동자는 주식 소유자수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뉴스를 읽고 있는 나도 그런 것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다.

3. 나는 회사 이사의 선임 및 해임 권한을 행사하며 그 업무수행을 감시하는 상설기구인 감독이사회 구성에서 노동조합 대표가 반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부분을 주의 깊게 읽었다. 공동결정제도를 말한다. “노동조합 대표는 감독이사회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 두 자리는 의결권의 20%를 보유한 니더작센주 정부가, 두 자리는 17%를 보유한 카타르의 국부펀드인 카타르 홀딩스가 각각 차지한다. 포르셰와 피에히 가문은 세 자리를, 경영진 대표는 한 자리를 각각 갖는다”고 우리 언론은 외국 언론 보도를 번역해서 보도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서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폭스바겐의 지배구조를 북한의 지배구조에 비유했다고 했다. "독재적 리더십은 시대에 뒤떨어진 지 오래"라며 "제대로 작동하는 기업지배구조가 실종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독일법은 주식회사의 감독이사회의 구성에 관해 회사법뿐만 아니라, 경영조직법·공동결정법 등에서 정한 바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결정제도는 노동자 2천명 이하인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전체 감독이사 가운데 3분의 1은 노동자대표, 3분의 2는 주주대표로 구성해야 한다. 공동결정법에서는 상시 2천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주식회사는 1976년 공동결정법의 적용을 받게 돼 노사 동수로 감독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해당 회사 노동자수가 1만명 이하인 경우에는 12인, 2만명 이하인 경우에는 16인, 그리고 2만명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20인의 감독이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폭스바겐은 20인으로 감독이사회를 구성해 왔을 것이고 그 절반인 10인을 노동자의 대표가 선임돼서 회사 경영에 참여해 왔을 것이다. 언론은 노동조합 대표라고 보도했지만 정확하게는 노동조합 대표가 아닌 노동자 대표가 폭스바겐 감독이사회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법은 감독이사회를 구성할 때 3분의 1 내지 2분의 1을 노동자대표로 채우도록 해서 노동자 참여로 회사가 운영되니 노동자에게 얼마나 좋을까, 뭐 이런 게 내 관심이다. 폐쇄적이라고 비난받아도 좋고, 대를 이어 창업주 가족이 회사 지분을 다 소유해도 좋으니 제발 노동자대표가 절반을 차지하는 이사회를 구성해서 회사를 운영하도록 이 나라 회사법에서 정하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읽었다. 혹시 지금까지 폭스바겐이 잘나갔던 것이 노동자도 사람 취급하는 이런 제도가 있어서 아닐까. 그리고 이번 사태를 지나서 폭스바겐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면 그것도 이런 제도가 있어서일 테고. 독일이 세계 제일의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한다는 것도 그럼 이런 제도 덕 아닌가. 나는 폭스바겐이 문제라는 뉴스를 읽으면서 독일 회사의 지배구조가 아니라 이 나라 회사의 지배구조가 문제라고 읽었다. 일하는 사람이 회사를 지배할 수 없을까. 그럼 최고로 일하는 사람이 회사를 최고로 많이 지배하고, 일해서 회사 실적을 절반 이상 올리는 사람이 있다면 회사를 과반으로 지배하게 될 텐데. 이런 세상이 주식 등 지분의 소유로 회사를 송두리째 지배하도록 하고 있는 이 나라 회사법 아래서 노동자보다 월등히 높은 지위를 차지할 것일 테니 노동자권리 타령하는 내가 상상해 봄직한 회사 지배구조다.

4. 일 없이 소유하고 지배하는 자본의 세상이지만 일하는 사람이 지배하는 작업장을 꿈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나는 폭스바겐을 읽는다. 폭스바겐의 지배구조를 북한의 지배구조에 비유하며, "독재적 리더십은 시대에 뒤떨어진 지 오래"라며 "제대로 작동하는 기업지배구조가 실종된 상황"이라 보도했다는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의 뉴스는 이런 노동자대표가 참여해서 공동결정하는 제도를 두고서 하는 비난이 아닐 거라고, 대를 이어서 창업주 가문이 소유·지배하는 폭스바겐을 두고서 하는 비난일 거라고 나는 읽는다. 그리고 나는 한 가문이 소유하며 지배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지 오래”인 이 나라 재벌회사의 지배구조 아래서 노동자대표가 1인도 이사로 참여하도록 보장하고 있지 않는 이 나라 회사법은 자본의 전횡만을 보장하는 회사의 지배구조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읽는다. “시대에 뒤떨어진” 폭스바겐의 지배구조는 이 나라 노동자에게는 차라리 꿈이라고 읽는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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