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원철 부산지하철노조 사무국장

대중교통은 현대의 기본적인 생존조건이다. 따라서 복지 차원으로 대중교통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민과 교통약자를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 운영효율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지하철은 안전해야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명제다.

적자가 당연한 지하철

지하철 건설은 복잡한 정치공학적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최근 부산·경남지역 사례를 보면 2011년 개통한 김해경전철과 국내 최초 무인운영으로 개통한 부산지하철 4호선이 그러하다. 지역 정치인과 지역 주민의 욕구가 교묘하게 맞아떨어져 이 노선이 만들어졌다. 현재 부산에서 건설 중인 다대선(1호선 연장선)과 노포북정선·사상하단선 모두 그런 과정으로 건설이 확정됐다.

지하철은 대중교통의 핵심이고 복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비판만 할 수 없다. 다만 쓰임새 없는 노선을 억지로 건설하기 위한 엉터리 수요예측 책임을 의사결정 과정에 있었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점은 따져야 한다. 부산지하철 4호선을 예로 들면 부산교통공사는 개통 전 하루평균 승객수를 8만6천명으로 예상했지만, 개통 4년차인 2014년 하루평균 승객수는 2만9천명으로 예상치의 34%에 불과했다.

지하철 건설은 최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다. 엄청난 초기 투자비용과 정치적 결정에 따른 비경제적 요소는 지하철 운영에서 필연적으로 적자를 발생시킨다.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인해 적자 폭은 예상을 훨씬 웃돌 수밖에 없다.

지하철이 건설돼 운행을 시작하면 관점이 확 바뀐다. 당장 적자를 이유로 들어 비효율 대상으로 낙인찍는다. 이렇다 보니 지하철 운영사는 안전과 편리성은 뒷전이고 외주용역과 구조조정에 혈안이 된다. 그 속에서 지난 8월 서울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외주용역업체 젊은 노동자가 죽었다.

만성적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부산지하철

부산시가 승인한 부산지하철 정원은 3천762명이고 현원은 3천690명이다. 육아휴직과 병가 등 장기결원자 30명(평균치)을 합하면 상시적으로 100명 넘는 인원이 유고 상태다.

이 와중에 부산교통공사는 이용승객 부족을 이유로 8년 동안 방치한 미개통역인 증산역을 느닷없이 9월24일 개통한다고 발표했다. 부산 인근 양산신도시 개발에 맞춰 2008년 1월 2호선 양산연장구간(양산선)을 개통하면서 인접 택지 개발이 미뤄진 증산역은 통과역으로 운영돼 왔다. 올해 9월 아파트가 완공돼 입주를 시작하면서 개통을 요구하는 민원이 있었지만, 예상 승객수가 500명에 불과해 공사 경영진들은 개통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9월 초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갑작스럽게 9월 중 개통을 발표했다.

공사는 개통시 손실금이 8천900만원에 이른다며 최소 인력으로 개통할 계획이다. 부산지하철 대다수 역은 9~10명의 역무원이 근무하고 있지만, 증산역은 6명만 배치된다.

과거 역무원의 주요 업무는 매표소 승차권 판매와 승객 안내였다. 최근에는 교통카드 사용이 늘면서 역무원의 주요 업무가 승강장스크린도어 관리, CCTV 감시 등 안전업무와 역사 시설물 감시로 변했다. 이런 변화로 역무원수는 대폭 감소했고, 현재 9~10명은 부산지하철 역사 안전을 위한 최소 인력이다. 부산교통공사가 1일 평균 승객수 1만7천명인 역과 1천800명인 역에 동일하게 역무원 9~10명을 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개통을 반대하고 있다.

수익성 쫓은 국내외 사업 진출로 인력 유출

부산지하철은 최근 국내외 사업 수주에 목을 매고 있다. 수송원가의 46%에 불과한 운임 수입과 25.7%의 무임승차권 비율로 인해 지하철 영업으로 창출할 수 있는 수입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인천국제공항셔틀트레인 운영과 유지·보수 용역과 알제리 알제 도시철도 설계용역, 페루 리마 도시철도 시공 감리를 수주했고 필리핀 마닐라 도시철도 유지보수 용역, 태국 방콕 모노레일, 콜롬비아 보고타 도시철도 등에도 참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셔틀트레인 운영에는 3명을 파견 중이고, 페루 리마에는 최대 5명까지 파견할 예정이다.

공사가 별도 인원 충원을 하지 않고 기존 현장 인력을 파견자로 보내면서 노동조합과 계속 마찰을 빚고 있다. 본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파견까지 이뤄지면서 현장 곳곳에서 인력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운영적자와 효율성에 가로막혀 만성적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지역민원 해결과 수익창출 목적으로 인력을 돌려막기 하는 바람에 안전은 계속 뒷전이 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부족 인력을 외주용역과 비정규직으로 충당하는 일이 전국 지하철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시민과 교통약자를 위한 대중교통 지하철의 안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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