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를 겨냥해 밀어붙이는 임금피크제 불똥이 지방공기업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튀고 있다. 정부가 경영평가를 앞세워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까지 대상으로 몰아 이들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민주연합노조·민주여성노조·전국일반노조협의회·서울일반노조는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임금피크제 강행으로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는 이달 초 ‘지방공기업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설명회’를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 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150% 이상을 받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까지 설정했다.

지방공기업 현장에서 임금피크제 갈등이 불거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대표적인 사업장이 인천지하철이다. 인천교통공사는 2013년 4월 민간위탁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했는데, 그 효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윤선호 일반노조협의회 사무처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임금교섭에서 사측이 최저임금 150% 이상인 사람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강제로 도입하려 한다”며 “이 경우 20만~30만원의 임금이 삭감되는 탓에 직접고용으로 얻게 된 20만원 인상효과가 모두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서울 중랑구 시설관리공단도 임금피크제를 추진 중이다. 서울일반노조에 따르면 공단은 21일 열린 설명회에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영평가에서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 의정부시설관리공단·여수시도시공사·속초시설관리공단 등에 소속돼 폐기물 수집·운반을 하는 환경미화원들도 임금피크제 압박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훈 민주연합노조 조직국장은 “정부가 진행한 조사에서 지방공기업에 필요한 총원은 4만7천483명인데, 현재 4만5천66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충원된 곳에 신규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할지언정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임금피크제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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