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업규칙 변경·일반해고 관련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연내에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여당이 노사정 합의 이행과 관련해 ‘충분한 협의’를 강조하면서도 시한을 정해 몰아붙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정신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여당의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노사정 합의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시한 정해 압박하는 정부·여당

이기권 장관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실·국장과 8개 지방노동청·지청장이 참여한 확대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취업규칙 변경, 근로계약 해지 관련 행정지침은 노사정 간 합의한 대로 충분히 협의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노사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연내에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나온 뒤 취업규칙·일반해고 지침 논의시한에 대해 이 장관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새누리당이 발의한 노동개혁 5대 입법안과 관련해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지침 논의시한이나 시행시기를 묻는 질문에 “협의도 안 하고 방식과 시간을 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20일 당·정·청이 만나 “연내에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이 장관도 같은 뜻을 밝힌 것이다.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연내에 마련·시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한국노총의 입장과 대비된다.

노사정위원장도 쓴소리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16일 발의한 노동개혁 5대 입법안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노사정 합의에는 입법과제뿐 아니라 노사가 산업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실천해야 할 사항이 훨씬 많이 담겨 있는데도 마치 입법만이 노동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인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합의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정부가 5대 입법안의 연내 마무리를 강조하면서 다른 합의내용이 묻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번에 발의된 입법 중 합의된 부분도 있고, 추후 논의하기로 한 부분도 있는 만큼 노사정 합의정신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노사정 대타협은 노동계의 양보와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당사자 의견수렴과 실태조사를 거쳐 올해 정기국회 의결에 반영하자는 노사정 합의와 달리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이나 파견업무 대상 확대 내용을 당론발의한 새누리당을 비판한 것이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의 입장 표명이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여당이 노사정 합의시한을 10일로 정하고 한국노총을 압박하자 그는 “압박보다는 호소와 설득이 필요할 때”라고 비판했지만 합의문 작성 직전인 13일에는 “오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사정 협상이 어려워진다”며 압박 대열에 동참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23일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위를 방문해 노사정 합의 위반에 강력히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박병원 한국경총 회장·이기권 장관·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을 포함한 노사정 대표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한다. 이날 오찬에서 당정청이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노동시장 노사정 합의에 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여 정부 태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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