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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정명아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 정명아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올해 7월29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3월31일 하이디스테크놀로지㈜가 공장폐쇄를 빌미로 행한 이상목 외 78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정당한 해고로 판정했다.

하이디스는 경기도 이천에서 현대전자로 출발해 액정디스플레이(LCD) 패널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LCD패널의 핵심기술인 광시야각(FFS) 원천기술 특허권을 가진 명성 있는 기업이다. 이러한 하이디스가 올해 1월7일 공장폐쇄와 함께 3월31일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하이디스는 지난해 8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설비투자를 진행하던 중 전격적으로 공장폐쇄 및 정리해고를 발표한 것이다.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당연히 노동위원회다. 경기지노위는 하이디스 생산공정이 낙후돼 있으니 (생산공정의 경쟁력이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될 여지가 없다면) 회사 전체는 흑자일지라도 적자부문(생산) 때문에 향후 기업 전체 경영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정리해고는 정당했다고 판정했다.

경기지노위는 정리해고시 노사가 해고회피노력 및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에 합의하도록 정한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의 단체협약이 있을지라도 노동조합이 정리해고 자체를 반대했으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책임을 회사에만 물을 수 없다며 정리해고를 인정했다.

하이디스의 정리해고는 진실을 감춤으로써 정당성을 얻었다. 하이디스는 사업을 계속 유지하고자 했던 경영진과 사업을 유지할 경우 특허료가 재투자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대만측 대주주 간의 이해대립 속에서 대주주에 의해 전격적으로 공장폐쇄가 결정됐다. 정리해고 정당성과 함께 소위 ‘먹튀 해고’ 논란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하이디스는 대주주의 결정(공장폐쇄·정리해고)을 수행하기 위해 거래업체에 손해를 배상하고, 올해 투자예정액(130억원, 하이디스 추산)의 3배에 달하는 희망퇴직금을 지급했다. 이 점은 모든 노동자가 일시에 정리해고되지 않으면 하이디스 경영상황이 심각히 악화할 만한 다급한 사정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것이 2015년 3월 하이디스의 진실이다.

그럼에도 경기지노위는 근로기준법 제24조가 정한 긴박한 경영상의 사정이라는 필요를 생산공정의 낙후함을 이유로 충족시켜 진실을 숨겼다.

하이디스의 정리해고는 단체협약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 정당성을 얻었다. 하이디스 노사는 공장폐쇄 3개월 전에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정리해고시 기타사항을 (7일 전) 사전에 합의하도록 정했다.

경기지노위는 단체협약이 지켜져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노동조합이 정리해고 자체를 반대해 회사로서는 합의에 이를 수 없었던 것이므로 회사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이디스 사측은 공장이 폐쇄됐으니 정리해고 혹은 희망퇴직 중에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노조는 총 4차례에 걸쳐 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정리해고를 제외한 방안을 제시하며 회사를 설득했다. 공장폐쇄를 내세워 협의를 거절한 쪽은 하이디스였다.

투자예정액의 3배에 달하는 희망퇴직금을 지급하고, 생산을 중단하기 위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회사에서 순순히 정리해고를 수긍할 노동자는 없을 것이고, 이런 회사가 단체협약을 준수하지 못할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수긍할 노조도 없다. 따라서 경기지노위는 노조가 정리해고를 반대했다는 빌미가 아니고서는 단체협약을 배척할 수 없었다. 경기지노위는 노사자치주의와 단체협약을 죽은 문서로 취급해 줬다.

하이디스는 금속노조(하이디스지회)와 회사의 고유기술(FFS)을 매각하지 않고 종업원 고용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해 왔다. 하이디스는 정리해고 과정에서 “특허권을 주면 공장을 드리겠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경기지노위는 이 기막힌 현실을 매장한 셈이다.

정리해고는 사회적 살인이라고 한다. 하이디스 조합원들은 하이디스와 대주주에게 고용과 임금 이외의 보상을 꿈꾸지 않았다. 그간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특허료가 발생했고, 이익을 취한 그들에 의해 왜 노동자들이 쫓겨나야 하는지를 묻는다. 살아갈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고 이것이 법률이 정한 사용자의 의무인 이상 그만큼만 하라고 요구한다. 노동위에 눈물을 닦아 달라고 요구할 생각은 없다. 제발 두 눈으로 바로 봐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정명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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