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복귀 수순을 밟고 있지만 내부 반발이 거센 데다, 망설이는 부분도 없진 않다. 당정청 어느 한 주체라도 일반해고·취업규칙 의제를 철회하겠다고 공언한다면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는 기정사실과 진배없다.

그러나 당정청은 의제 철회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으면서 노사정위 복귀만을 재촉하고 있다. 노사정 대화 재개를 둘러싼 변수를 짚어 본다.

◇일반해고·취업규칙 의제 철회 약속 존재할까=당정청이 공식화된 문서로 의제 철회를 약속할 가능성은 낮다. 올해 초부터 8개월 가까이 요구했던 사항을 지금 와서 손바닥 뒤집듯 바꾸기는 힘들다는 게 노사정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경영계가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구두 약속 같은 언질이 있었을 개연성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노동개혁의 중요성을 언급한 뒤 한 달여 동안 김무성 대표·이인제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권성동 의원(환경노동위 여당 간사)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김대환 노사정위원장·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등 당정청 핵심 인물들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김동만 위원장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의견이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 여부는 의제 철회와 관련한 확실한 약속을 받았는지, 아니면 약속이 없었더라도 믿을 만한 관계자가 메시지를 전달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노총 산별조직·지역본부 대표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도 관전포인트다.

◇한국노총 중재안은 공감대 있나=한국노총 역시 그동안 의제 철회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노동계와 정부가 치킨게임을 하듯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8개월 동안 대치국면을 유지한 배경이다.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 시점은 이달 7일이다. 김동만 위원장은 당일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민간은 자율로 시행하고 공공기관은 협상으로 풀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일반해고는 장기과제로 넘기자고 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은 정부가 발표하지 않고 노사정 협상으로 풀되, 일반해고는 사실상 논의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노사정 주체 가운데 처음으로 구체적인 중재안을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의 중재안이 정부·경영계와의 교감 속에서 나온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당정청은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기권 장관은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동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취업규칙과 관련한 공식적인 가이드라인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김동만 위원장이 제안했던 원포인트 교섭(공공기관 임금피크제)을 “노사정위에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는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봐야 할 대목이다.

◇한국노총 산별조직 이해관계 달라=한국노총 산별조직 간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도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다. 임금피크제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핵심 타깃이다. 일반해고 지침이 만들어지면 민간기업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주로 제조업과 사무직 노동자가 적용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게 한국노총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한국노총 주요 산별연맹 중 금속노련·화학노련과 공공연맹·공공노련·금융노조 같은 제조·공공부문 조직들이 노사정위 복귀 반대에 주력하는 이유다.

한국노총의 또 다른 주요 산별조직인 자동차노련(버스)과 택시노련은 노동시간단축과 통상임금을 주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단축·통상임금의 경우 노사정 협상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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