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담화 이후 노사정 대화 재개를 향한 초침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민주노총은 노동계의 한 축으로서 비중 있는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내부 결집력도 이완된 상태다. 체포영장 발부로 한상균 위원장의 발목이 묶인 데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실질적 파업동력인 금속노조가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있다. 장외투쟁 전술에 힘을 싣기 어려운 처지다. 한마디로 진퇴양난 형국이다.

민주노총은 10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상임집행위원회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참여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 담화 이후 정부·여당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논의 재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애당초 이는 민주노총의 검토대상이 아니다. 노사정위를 탈퇴하기로 한 99년 2월 대의원대회 결의가 유효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98년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구성된 노사정위가 정리해고 법제화와 파견법 제정에 합의한 것을 계기로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민주노총이 타개책으로 검토했던 국회 논의기구 구성방안도 새누리당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

이런 때일수록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노동절 시위를 이유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위원장의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노총의 의지와 별개로 대화국면에서 배제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셈이다. 민주노총으로서는 장외투쟁 외에 선택지가 없다. 하지만 누가 나서 싸울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파업권이 제한된 공공부문노조에 기대를 걸기도 어렵고, 대공장 정규직노조의 상징인 금속노조와 소속 조직들은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다. 투쟁과 대화라는 칼과 방패를 모두 휘두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은 11월 총파업 돌입을 검토 중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요구와 함께 재벌개혁 목소리를 높일 방침이다. “총파업의 배수진으로 노동개악을 막고, 진정한 사회개혁이자 선결과제인 재벌개혁과 정치개혁을 위해 사회적 역량을 모으겠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4월과 7월 두 차례 진행한 민주노총 총파업이 사회적 울림 없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11월 총파업으로 어떤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민주노총이 기존 투쟁경로를 고집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며 "보다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민주노총에게는 이래저래 갑갑한 '불만의 여름'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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