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규제완화 요구로 촉발된 여야의 대기업 정책 공방이 경제운용 철학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의 운용 틀을 어떻게 설정하고 경제주력 주체를 어디에 둘 것이냐가 논쟁의 핵심이다.

정부가 재계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대기업 편들기냐, 아니냐’ 위주로 이뤄지던 피상적 설전이점차 구체적 주제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양측의 경제통은 물론 정부 당국자들까지 총출동하는 대규모 합숙 토론회를 열 계획이어서, 경제운용 철학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에는 민주당 정세균기조위원장 강운태제2정조위원장 홍재형·박병윤의원, 한나라당 김만제정책위의장 임태희제2정조위원장 이한구·안택수의원등이 나서며, 진념 경제부총리 전윤철기획예산처장관 이근영금융감독위원장도 참석한다.

●…민주당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기업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며, 중소·벤처기업이 경제 주력군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정세균 기조위원장은 “과거 대기업 중심의 경제 틀을 바꾸고 구조조정 원칙을 견지해야만 국가 위기상황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제의 근본 틀을 개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은 대기업을 상대로 일부 불합리한 규제는 풀겠지만, 구조조정 노선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경고도 보내고 있다. 동시에 “야당이 개발 독재시대 유물을 다시 끌어들이려 한다”며 대야 공세도 상황에 따라 지속할 태세다.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대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이 경제회생 주력군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이회창총재의 핵심측근은 17일 “자본이 집적된 대기업이 투자와 경제회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기업 편들기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총재는 이날 “우리는 대기업을 옹호하지 않으며, 기업 투명성 제고와 부의 세습 차단등 대기업 개혁안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꺼려하는 기업 결합재무제표 공개, 소액 주주권한 강화, 상속세 탈루방지 등이 당론이라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당내 일부 소장파는 당이 재벌을 ‘비호’ 하는 것으로 비쳐서는 안된다는 반론을 펴는등 내부이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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