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주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한민국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1조는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 3권은 노동자의, 노동조합의 기본권이다.

그런데 ‘근로시간면제자 인정, 노조사무실 제공, 조합비 일괄공제’를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무지몽매한 회사가 있다. 노동기본권이 신장돼 있고 학교에서 노동 3권을 배운다는 독일의 오스람사가 투자한 오스람코리아가 바로 그 회사다.

이 회사에 노조가 생긴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고하고 49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하게 되자,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노조 경기지부 경기금속지역지회 오스람코리아분회가 설립된 것이다. 그 후 회사의 교섭해태가 지속됐다.

회사측은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제공돼 있지 않다거나, 상견례 장소나 시간과 관련해서 사업장 밖에서 근무시간 외에 진행해야 한다는 등 이유로 2개월 넘게 교섭을 거부했다.

결국 노조는 지난해 12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했다. 경기지노위는 올해 1월 “이 조정신청 사건은 노동관계 당사자 간 교섭이 미진하나 교섭미진의 책임이 노조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더 이상 의견 조율이 힘들어 조정안을 마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만한 조정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돼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이 사건 조정을 종료한다”고 결정했다. 경기지노위는 “사용자는 스스로 정한 원칙(근무시간 외에 회사 밖에서 교섭)만 반복해서 주장할 뿐 다른 안을 고려할 의사가 보이지 않고, ‘산업별 노조와의 교섭’이라는 이유로 제3의 장소(장소 미정)만 고수하는 것으로 보여지므로 이러한 태도는 사회통념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노동쟁의조정 결정서에 이 같은 문구가 포함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회사는 노동위조차 납득할 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 후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치고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을 체결하기 위해 교섭과 쟁의행위를 진행했다. 교섭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교섭이 길어지자 노조는 지난 6월 노조활동에 기본적인 ‘근로시간면제자 인정, 노조사무실 제공, 조합비 일괄공제’에 대해 우선 합의하자고 제안했고,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장도 위 세 가지 요구에 대해서는 먼저 합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도 회사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노조는 불가피하게 노조사무실로 쓸 수 있는 임시천막을 주차장 공터 한쪽 귀퉁이에 설치했다.

그러자 회사는 주차장의 소유권과 시설관리권을 주장하면서 법원에 점거해제 가처분신청을 했다. 회사는 가처분신청서에서 “노조의 쟁의행위가 불법이고, ‘근로시간면제자 인정, 노조사무실 제공, 조합비 일괄공제’ 목적 쟁의행위가 불법이다”고 주장했다.

국내 학계의 통설은 근로조건, 그 밖의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사항뿐 아니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위해 필요한 노동조합의 활동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그 밖의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도 단체교섭 대상이 되고, 노동 3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일체의 사항으로서 조합보장에 관한 사항과 조합활동에 관한 사항을 포괄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 역시 “쟁의행위는 근로자가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거나 정지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이므로, 쟁의행위의 본질상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가 저해되는 경우가 있음은 부득이한 것으로서 사용자는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으며 (중략)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점거는 위와 같은 적극적인 쟁의행위의 한 가지 형태로서 그 점거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있다”(대법 91도383 등)고 일관해 판시하고 있다.

즉 회사가 노조 쟁의행위의 목적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 정당한 쟁의행위 일환으로 설치한 임시천막을 철거하라는 것 모두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다. 회사는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려면 먼저 대한민국 헌법과 노조법을 잘 알고 지켜야 할 것이다. 무지몽매한 주장으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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