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그리스 인구는 1천130만명이다. 그리스에서 노동조합이 처음 만들어진 때는 1879년이다. 시로스 조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주역이었다. 1914년 결사법이 만들어졌고, 1918년 그리스노동총연맹(GSEE)이 출범했다.

노조원 수는 노조 자체 계산에 따르면 88만명에 이른다. 퇴직자 조합원 등을 고려할 때 전체 피고용인 가운데 조합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2% 정도다. GSEE가 2001년 낸 자료에 따르면 피고용인 대비 조합원 비중은 30%였고, 암스테르담노동학연구소(AIAS)가 내는 노동조합·임금결정·국가개입·사회협약의 제도적 특징에 관한 데이터베이스(ICTWSS)는 2011년 노조 조직률을 25.4%로 밝혔다.

주요 노총은 GSEE와 공무원총연맹(ADEDY) 두 개다. 2007년 자료로 조합원 수가 47만2천명인 GSEE는 민간부문과 은행·운수·전기·상하수도 같은 공공부문을 조직하고 있다. ADEDY는 교사와 중앙정부·지방정부 공무원을 중심으로 31만1천명의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 두 노총은 중장기적으로 통합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합동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스 법은 노동조합을 세 단위로 나눈다. 독자적인 자율성과 활동을 법률로 보장받는 단위노조는 2007년 현재 3천400개에 이른다. 일종의 기업별노조로 보면 된다. 노동법상 종업원 21명이 모이면 노조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민간부문 기업의 97%가 종업원 20인 미만 사업장이라 노동조합 조직이 애시당초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노조의 창립 규약은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들 단위노조는 과거에는 직업별로 구성됐으나, 지금은 대개 기업별 조직으로 묶이거나 전국 노조나 지역 노조의 하부 조직으로 묶이기도 한다. 이론상으론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가능하나, 전에 비해 줄어드는 편이다. 단위노조가 상급 연맹을 선택해 가입하고, 이 연맹들이 GSEE 등 노총에 가입하는 구조다.

노총 단위를 살펴보면, GSEE는 모두 150개 가맹조직을 두고 있다. 그 중 75개는 산업별·직업별 연맹체고, 70개는 지역 단위의 노동센터들이다. 이 지역 노동센터는 한국에서 노총 중심을 산업이 아닌 지역에 기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구상하는 조직 구조와 비슷해 보인다. 기업·업종·산업에 상관없이 지역을 기반으로 묶기 때문이다. GSEE에 속한 단위노조는 2천400개다. ADEDY는 주로 정부 부처별로 연맹체가 조직돼 있으며, 그 수는 52개에 달하고 단위노조는 1천300개나 된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연맹이 180개고 단위노조가 3천700개인 그리스의 노동조합 구조는 분열의 정도가 매우 심하다. 노총들은 산업별 조직으로의 개편을 추진해 왔지만, 그 성과는 미미하다. 산업별 조직으로의 개혁 작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노조 재정과 관련돼 있다. 상급 연맹들의 수입은 조합비보다는 비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가 정부에 내는 기여금으로 만든 기금에 의존한다. 연맹들은 이 돈으로 건물을 사고, 활동가 월급을 주고, 사무실 운영비를 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제 위기 이후 노조는 재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2년 11월 기금으로 가는 기여금이 50% 삭감됐고, 노조에 재정 지원을 책임지던 기관인 OEE가 폐지됐다.

그리스 노동조합은 전통적으로 정치화 정도가 대단히 높다. 쉽게 말해 주요 정당들이 노조 지도부에 자기 세력을 심어 놓는 구조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최대 노총인 GSEE 대의원대회가 집행위원 45명을 뽑는데, 이들은 모두 정당과의 연계를 기반으로 당선됐다. 2010년 3월 현재, GSEE 집행위원 중 22명이 사회민주 성향의 PASOK당과 동맹했고, 11명은 보수 성향의 신민주당과 가까웠고, 9명은 공산당, 3명은 (당시엔 신생 소수정당이었던) 지금의 집권당 시리자 소속이었다. 위원장은 PASOK당에서, 사무총장은 신민주당에서 나오는 게 GSEE의 전통이었지만, 경제위기 이후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스 노동조합운동의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조합원 통계와 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민간부문 조직률은 1980년대의 절반에 그치고, 공공 부문은 2배 이상 올라갔다는 점이다. 민간부문에서도 노조가 강한 기업은 과거에는 국영이었다가 현재는 민영화된 통신회사 OTE나 전력회사 DEH 정도다. 순수민간 부문에선 노동조합은 지리멸렬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크게 보아 그리스 노동조합은 노동자 전체를 대변하는 계급 조직이 되지 못하고,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속한 상층 노동자들만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전락했던 것으로 보인다. 계급 운동으로서 노동조합의 실패는 경제에서 부익부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정치에서 부패를 확산시키고, 사회를 해체시키는 데 일조했음에 틀림없다.



* 이 글은 유럽노동조합연구소 노동자 참여(ETUI worker-participation.eu)의 그리스 부분을 토대로 했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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