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업종에 비해 조기퇴직이 일반화돼 있는 금융권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더라도 근로조건 악화 정도가 다른 업종보다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60세+ 정년 서포터즈와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자동차부품·조선·유통·제약·금융업종 116개 기업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4월 만든 60세+ 정년 서포터즈에는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한국인사관리학회·한국인사조직학회·컨설팅전문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분석 결과 임금피크제 시행에 따라 임금이 감액되는 기간은 금융업종이 평균 4.3년으로 가장 길었다. 유통(4.2년)·제약(3.4년)·조선(2.7년)·자동차부품(2.4년) 순이었다.

임금 감액률 역시 금융업종이 임금이 가장 높을 때와 비교해 연평균 39.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제약(21.0%)·유통(19.5%)·자동차부품(17.9%)·조선업종(16.3%)이 뒤를 이었다.

조사대상인 32개 금융사업장의 평균 정년은 59.3세였다. 60세 정년 사업장은 평균 55세부터 5년간 임금을 감액했고, 정년 57~59세 사업장은 55세부터 2~4년간 감액했다. 임금감액 비율이 연평균 50% 이상인 사업장이 11곳(34.4%)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권의 경우 희망퇴직이 수시로 실시되면서도 임금피크제 도입 비중이 높은 곳이다.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한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자 1천21명 중 468명이 임금피크제 대상자였다.

올해 초 310명을 희망퇴직시킨 신한은행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NH농협은행은 희망퇴직 실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금융권에서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들의 고용안정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임금감액 비율과 기간 등 노동조건 악화 정도가 다른 업종보다 열악한 것이다.

60세+ 정년서포터즈에서 금융업종 모델을 연구하고 있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금융업종에서는 장년 근로자를 위한 직무가 부재하고 퇴직보상금이 높아 조기퇴직이 일반화돼 있다”며 “임금피크제와 직무개발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사관계학회가 100인 이상 기업 만 20세 이상 노동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2.8%가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임금감액 수준은 16.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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