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실련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증권사와 보험사,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참여하는 인터넷은행 1~2곳 출범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이 자칫 외환위기를 초래한 제2의 종금사나 최근 부도사태를 겪은 저축은행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3일 경실련과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방안 문제진단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큰 현 시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위험요인이 훨씬 심각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최근 △총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 산업자본 인터넷은행지분 한도 50% 허용 △최저자본금은 은행의 절반 수준인 500억원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 △일반은행과 동일한 영업범위를 골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방안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신용대출이 늘어나고, IT·금융 융합을 통한 핀테크 활성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박 교수는 "과거 종금사에게 증권사 제반업무 외에도 신탁·수신 등 폭넓은 업무를 허가해 주면서 부실투자가 이어졌고, 이는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됐다"며 "500억원에 불과한 자본금으로 신용카드를 포함한 일반은행의 모든 업무를 허가해 주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를 4%로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를 인터넷은행의 경우 50%까지 완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중견재벌의 사금고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한 중견그룹들이 부실해질 경우 그 위험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며 "동일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들의 도산에 미칠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경영대)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경제적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도대체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차이가 뭐냐"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저신용자 중금리 신용대출은 상대적으로 높은 조달금리 때문에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이고, 무엇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비용경쟁력은 인건비 절약이 핵심이기 때문에 많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것 역시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의 특혜적 설립을 서두르는 데에는 '특혜를 주고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의 관치금융적 발상에 기인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무성과·무실적에 대한 초조함이 반영된 대통령 보고용·보여주기 식 정책의 성격이 짙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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