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50%까지 허용하고, 최저자본금은 기존 은행의 절반 수준으로 완화한다. 금융위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5차 금융개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제한한 은행법상 은산분리 규제완화 문제와 맞물리면서 몇 차례 고배를 마셨다.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한도는 재벌대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를 막는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행 은행법 제16조의2(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제한 등)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 4%(의결권 기준)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금융위는 이를 50%로 대폭 상향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은행업 인가를 받기 위한 최저자본금도 시중은행(1천억원) 대비 절반 수준인 500억원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핀테크가 활성화된 미국과 일본에서도 산업자본에 대해 각각 최대 25%, 2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비하면 금융위의 50% 허용안은 파격적이다.

금융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했기 때문에 재벌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을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재벌 대기업만 막으면 문제가 없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는 "사금고화 문제는 재벌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중급 규모 기업들이 어려울 때 은행 돈을 갖다 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명희 금융노조 정책실장은 "지분한도 규제를 50%까지 완화하는 건 과도하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향후 은행의 절반 크기로 성장했을 때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는다는 은산분리 원칙의 근본 취지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IT 업체 같은 전산설비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립인가 과정에서 외부위탁(국외위탁 포함)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 실장은 "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이 없다"며 "전산설비 외부위탁을 풀겠다는 건데 해외업체로의 2차, 3차 재위탁까지 하게 되면 금융당국이 감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금융위는 다음달까지 은행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성인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가 민감한 이슈인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리 만무하다"며 "더군다나 하반기에는 산업자본 이슈인 론스타 소송이 구체화할 텐데 금산분리를 완화하자는 것은 국민정서상 쉬운 얘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핀테크]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모바일 결제와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같은 정보기술(IT)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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