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을영 변호사·공인노무사(법무법인 참)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13723 판결

1. 사건의 경위


KT 소속 근로자인 이해관은 지난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를 주관한 KT가 해외전화망 접속 없이 국내전화망 안에서 신호처리를 마무리하고 결과 데이터만 전용회선을 통해 일본에 있는 서버로 전송됐을 뿐임에도 소비자들에게는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알렸다. 더불어 국민권익위원회에 같은 내용으로 공익신고를 했다. KT는 언론보도가 나간 후 서울북부마케팅단 을지지사 고객컨설팅팀에서 근무 중인 이씨를 출퇴근시간만 5시간이 넘게 걸리는 가평지사로 전보조치했다. 이후 장기간 무단결근과 무단조퇴를 이유로 종국에는 해고까지 했다. 이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호조치를 신청했고 권익위는 전보발령에 대한 보호조치 결정을 한 데 이어 해고에 대해서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의 급여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보호조치결정을 했다. 이에 대해 KT는 권익위를 상대로 해고에 대한 보호조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KT의 청구를 기각하고 보호조치결정이 적법하다는 내용으로 이 사건 판결을 했다.

2. 판결의 쟁점 및 요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권익위가 보호조치결정을 할 수 있는 요건은 ①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공익신고가 있고 ②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조치가 있으며 ③ 공익신고와 불이익조치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때 공익침해행위의 범위가 문제된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환경, 소비자의 이익 및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대상 법률의 벌칙 조항에 해당하거나 인허가 취소 및 정지 등 행정처분 조항에 해당해야 한다. 대상 법률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및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180개 법률이다.

여기서 판결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공익신고를 받은 권익위가 180개 법률에 해당한다고 봐 공익신고자 보호결정을 했는데 사후에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할 조사기관이나 법원에서 무혐의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에도 공익신고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다. 이 사건에서도 권익위가 KT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는데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KT는 처음부터 공익침해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공익신고 당시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익신고 내용이 벌칙 또는 행정처분 대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행위라면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KT의 주장처럼 공익침해행위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경우, 즉 신고 이후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 등에 의해 공익침해행위로 확인된 행위만을 공익신고의 대상으로 보게 되면 신고 내용의 존부에 관한 조사권한이 없고 법률의 해석·적용 권한이 없는 권익위에 조사하고 법률을 해석·적용해야 하는 의무를 사실상 부과하는 것이 돼 부당한 결과에 이른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신고 내용이 거짓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신고한 경우에는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익신고 당시 신고 내용이 거짓이라는 점을 알지 못했거나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공익신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KT는 2011년 4월 기준으로 유선전화시장의 85.2%를 점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이 사건에서 전화투표에 참여하는 사람이 전화를 하면 국내에 있는 KT지능망을 통해 수신된 후 일본에 둔 투표통계서버로 전송되는 구조임에도 소비자들의 전화요금 고지서에서는 영국이 착신국가로 표시됐고, 요금 체계상으로도 국제문자서비스 요금은 1건당 100원임에도 150원이 부과됐으며,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사무관도 국제전화인지 국내전화인지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사정으로 볼 때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해 거래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남용행위를 했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무혐의 결정은 공익신고자 보호조치 결정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다.

두 번째 쟁점은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보호조치 결정이 가능한가라는 점이다. KT는 장기간 무단결근과 무단조퇴를 이유로 이씨를 해고했다. 통상의 경우 이 정도의 사유라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공익신고자의 경우라면 좀 다른 측면이 추가된다. 서울행정법원도 무단결근과 무단조퇴 자체는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공익신고자에게 정당한 병가 사유가 있음에도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보복성 조치로서 병가와 조퇴 신청을 불허한 결과 무단결근·무단조퇴가 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 해고의 불이익조치와 공익신고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신고 후 2년 이내에 불이익조치가 있으면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 결과 불이익조치를 한 회사는 공익신고와 인관관계가 없는 정당한 사유에 따른 인사조치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3. 판결의 의미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공익신고자에 대해 내부고발을 이유로 집요하게 퇴출을 시도해 온 회사의 부당한 인사조치에 제동을 걸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회사의 징계조치는 겉으로는 징계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징계사유는 드러난 내용만을 보고 정당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회사에게는 인사권이라는 강력한 힘이 있고 인사권을 통해서 사실상의 불이익조치들이 가능하며, 근로자로서는 이행하기 어려운 인사명령을 통해 인사명령 불이행이라는 사유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도 공익신고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진료를 받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않음에도 출퇴근에 5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으로 전보 발령을 내렸다. 이에 건강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는데 일반적인 직원들에게는 병가를 허가하는 사유임에도 공익신고자에 대해서는 병가를 불허하는 방식으로 괴롭혀 왔다. 이런 조건에서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병가가 불허되니 무단결근이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행정법원은 병가를 불허한 조치 자체가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조치이고 결국 해고는 공익신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불이익조치라고 판단함으로써 겉으로는 정당해 보이는 징계사유를 이유로 해서도 공익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조치는 불가하다는 사례를 제시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더불어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공익신고 당시를 기준으로 본 점 또한 공익신고자보호의 취지에 부합해 의미 있다. 권익위도 180개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을 모두 조사할 전문성을 갖춘 기관은 아니며, 반대로 그러한 전문성을 갖춰야만 공익침해행위 또는 공익신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익신고를 하게 되는 사람은 통상 법률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무혐의 결정은 KT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해당 규정을 위반한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볼 수는 있으나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한 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공익신고는 조직 밖에서는 관리감독기관조차 알아 낼 수 없는 공익침해행위를 세상에 알려주는 행동이다. 조직의 가장 아픈 부분을 사회에 드러내기 때문에 그만큼 조직의 보복이 뒤따른다는 사실은 많은 선례가 보여 주고 있다. 그만큼 보통의 용기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에서 공익신고자를 보호함으로써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를 확립하려는 것이 법의 목적이며 공익신고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점을 다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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