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구 변호사(전교조 상근변호사)

“교육의 공공성에 비춰 이를 담당하는 교원들은 법적으로 일반근로자와 달리 취급되는 것이 당연하므로 헌법 제31조6항 규정에 의해 그 지위가 일반근로자와 달리 법적으로 보장되는 교원이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일정한 기본권을 제한받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교원의 노조활동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게 돼 학생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이러한 여러 이유 때문에 우리 사회 관념상 수용되기가 어렵습니다.”

위 글은 교원노조 결성을 이유로 1천500여명이 해임된 1989년 사립학교 교원의 노동 3권을 금지하고 있었던 사립학교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법무부 장관이 제출한 의견서의 일부다.

“교원의 근로관계에는 일반 근로관계의 변형·수용이 불가피하고 윤리성·자주성·중립성·공공성·전문성이 요구될 뿐 아니라 직무수행의 특성상 시장경제 원리가 적용되기 어렵고, 근로기본권 행사의 상대방이 사실상 국민이기 때문에 일정한 제약이 불가피한 이유로 헌법 제31조6항은 교원의 단결권의 내용을 법률로써 별도로 정할 수 있게 하고 있고….”

위 글은 해직교원 가입을 이유로 교원노조의 법적 지위 자체를 박탈한 2015년 해직교원의 단결권을 금지하고 있는 교원노조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법무부 장관이 제출한 의견서의 일부다.

2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교원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교육의 공공성과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는 교원의 노동 3권을 제한하는 전가의 보도로 사용됐다. 그러나 과연 교원의 노동 3권 행사는 교육의 공공성과 상충하는 것일까.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교원의 노동 3권은 부득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교원의 노동 3권 행사는 교원의 이기적인 요구의 총체이거나 불온한 범죄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교원의 노동 3권 행사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한 필수적 전제조건이며 교육의 공공성·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먼저 교원의 노동 3권 행사를 통한 근로조건 향상은 학생의 교육조건 향상과 직결되며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내실화한다. 교원의 근로조건은 학생의 교육조건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열악한 사회경제적 환경에 처해 있는 교원으로부터 양질의 교육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은 교원에게 있어 개개인 학생에게 보다 나은 교육과 지도를 할 수 있는 근로조건이며 동시에 학생에게 있어서는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교육조건이다. 전교조 단체협약에서 빠지지 않고 들어 있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 요구는 교원들이 손꼽는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1순위 요구사항이자 학생들의 질 높은 교육을 위한 1순위 전제조건인 것이다.

또한 교원노조를 통한 교원들의 참여 확대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 교원이 조직화된 세력으로서 교육과정 운영에 참여하고 정치권력의 교육 통제를 견제하지 않는다면 정치권력이나 행정관리자에 의한 교육 지배와 독재가 불가피하다. 지난 수십 년간 학교는 정권의 선전장이었고, 사립재단의 돈벌이터였다. 이에 대해 내부고발자로서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학교 민주화를 요구한 것은 다름 아닌 교원들의 자주적 결사체인 교원노조였다.

교원의 집단행동이 반드시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 교원노조의 요구사항이 학생 권익을 위한 것일 때, 이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교원의 실력행사는 일시적으로는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로 보일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내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정형화된 획일적인 인간을 양성하는 과정이 아니라 각자가 주인으로 서는 시민을 기르는 과정이다. 또한 노동 3권은 노동자 스스로 노동의 주인이 되게 하는 일터에서의 주권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학교야말로 각자가 자신의 노동의 주인이 되는 노동 3권이 가장 필요한 곳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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