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공적연금제도와 관련한 논란이 시작됐다. 노후를 맞이하는 것이 재앙에 가까운 사회에서 우리가 반드시 통과해야 할 소란스러움이다. 저축은커녕 대출 빚 갚기에도 벅찬 현재의 청년세대에게도 중요한 주제다. 세월은 금방 지나간다. 우리 부모세대에게는 눈앞에 닥친 현안이다. 취업조차 쉽지 않은데, 월급 받아서 부모 노후까지 사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가 다뤄지는 모양새가 전혀 반갑지 않다. 정부는 "보험료 두 배 인상"과 "세대 간 도적질"이라는 공포마케팅을 펼치며 사회적 논의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 주도권을 쥐어야 할 새정치민주연합은 보험료를 1%만 인상하면 된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태도는 몰염치하다. 야당은 무책임하다. 정부와 여당은 전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공적연금 강화를 저지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청년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으며, 야당은 미래세대가 짊어지게 될 부양부담을 모른 체하고 있다. 연금제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분명 어느 시점에는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연금제도 역사가 우리보다 긴 다른 나라들의 역사적 경험이 선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연착륙 전망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부양책임을 지게 될 청년들이 당장에 느낄 반감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청년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통계청 공식실업률은 11%를 기록했고, 실질실업률은 31%로 치솟았다. ‘취업 무경험’ 청년 실업자는 12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첫 일자리에 1년 미만 초단기 계약직으로 취업하는 청년은 20%를 넘겨 2008년 대비 두 배를 기록했다. 불안정 저임금 노동 당사자인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과 주거비용 부담에 의해 신용유의자로 전락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임금인 최저임금은 5천580원에 불과하다. 청년의 삶은 더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대책을 내놓아야 마땅한 정부는 여전히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만 청년을 이용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 정부는 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해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청년 장그래’를 앞장세웠으며, 국민연금 논란에서도 청년들을 핑계로 공적연금을 강화하자는 사회적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문제만 생기면 청년 뒤에 숨는 정부의 모습은 그들이 비호하는 재벌대기업의 행태와 똑같다. 재계는 청년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면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절박한 목소리에 대해서는 "청년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협박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제도는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노년세대의 오늘은 청년세대의 내일이다. 모두의 문제다. 다만 공적연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려면 사회를 부양하게 될 미래세대의 지불능력에 대한 고민이 전제돼야 한다. 연기금 소진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청년의 부양능력 자체가 소진돼 가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모두가 그것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세대 간 연대의 원리에 합의할 수 없다. 사회로부터 배신당하고 있는 청년에게 그것을 요구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 논의가 청년의 삶을 삭제한 채로 무책임하게 진행되는 것을 심각히 우려한다. 청년을 인질로 삼아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가로막는 정부·여당을 용서하기도 어렵다. 그들은 청년의 삶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세대 간 도적질' 협박 따위도 아니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무수석 사퇴도 아니다. 명분을 위해 청년 당사자를 호출하는 것이라면, 구색 맞추기에 동원되는 것은 사양하겠다. 무엇보다 미래에 사회를 부양할 청년세대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청년의 부양능력 상실은 가까운 미래에 닥쳐올 절망의 뇌관이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고용보험 확대와 실업부조 도입으로 일자리 안전망을 더 넓게 펼치자. 청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대대적인 사회적 조치를 지금 바로 실행해야 한다. 공적연금 강화는 청년의 삶에서부터 시작하자.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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