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남
대표노무사
(노무법인 이유·임금노동정책연구소)

대상판결/ 울산지방법원 2014나5760(본소) 2014나5777(반소) 판결

1. 들어가며
무허가 근로자공급사업자인 A와 선박 임가공업을 하는 B는 일용직 근로자 공급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대상판례는 일용직 근로자 취업알선 대가로 B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자 A가 약정을 위배했다며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한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히 취업알선업자와 조선업종 협력업체 간의 법적 다툼이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고용관계를 둘러싼 중층적 착취구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않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을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 못한다’(제9조)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은 상품이 아니고, 근로자에 대한 중간착취를 금지한다는 선언이다. 이를 허용하고 있는 법률이 직업안정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다. 대상판례는 파견법에 근거해 근로자공급사업자와 협력업체 간의 금전적 다툼에 대해 근로자공급사업의 무허가·형사처벌 전력에 터 잡아 협력업체의 반소청구를 인용했다. 반면 허가되지 않은 중간착취업자의 항소는 기각함으로써 일단락했다. 하지만 조선업종에서 근로자 취업·고용형태의 중간착취 구조와 법률의 한계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2. 대상판례 검토
가. 기초사실로 본 중간착취의 법률적 문제
이 사건 원고와 피고는 ‘근로자공급약정’을 2013년 3월께 체결했다. 약정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게 일용직 근로자를 공급하고, 그 조건으로 피고는 숙련 근로자에게 1인당 12만원의 일당을, 비숙련 근로자에게 1인당 9만원의 일당을 직접 지급하고 원고에게는 수수료로 3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피고가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자 원고는 약정 내용에 따라 피고에게 일용직 근로자를 공급하기 위해 지출한 인건비·숙소비·식대·건강검진비 등 1천750만원은 피고의 부당이득이라며 반환을 주장했다.

이 사건 약정에 대해 재판부는 직업안정법 제33조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그런데 조선업종에는 이런 약정과 같은 근로자공급사업자의 취업알선 문제가 만연하다. 고용노동부조차 조선업종의 불법 취업알선 등에 대해 집중단속을 실시한 바도 있다*1).

하지만 당시 노동부의 단속 대상은 ‘무등록 직업소개’와 ‘무허가 근로자공급’에 대한 것으로 이른바 취업알선 브로커에 대한 단속이었다. 협력업체와 원청업체에 대한 근로자의 고용 책임과 권리의 보호에 중점을 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결국 노동부나 법원은 직업소개 내지 근로자공급사업을 통해 중간착취를 하려면 등록·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나. 직업안정법·근로기준법 위반 근로자공급사업, 파견법에선 자유

대상판례에서 재판부가 판결의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직업안정법 제33조제1항이다. ‘누구든지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는 근로자공급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을 위반해 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근로자공급사업자가 공급을 받는 자와 체결한 공급계약을 유효로 본다면 근로기준법 제9조에서 금지하는 영리로 타인의 취업에 개입해 이득을 취득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과가 되고 직업안정법에서 무허가 근로자공급사업을 금지하는 취지에도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직업안정법에 위반된 무허가 근로자공급사업자와 공급을 받는 자 사이에 체결한 근로자공급 계약은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2004.6.25 선고 2002다56130, 56147 판결).

위 판결에서 언급한 근로자공급사업이라 함은 공급계약에 따라 근로자를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는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 현행법에 따르면 노동조합만 할 수 있으며(직업안정법 제33조제3항),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외된다(직업안정법 제2조의2 제7호). 근로자공급사업은 근로자가 계속 공급업자의 지배를 받고 강제근로와 중간착취를 당할 가능성이 있고, 공급업자가 근로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실제로 근로자를 사용하는 자가 노동법상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쉽게 되기 때문에 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2). 근로자공급사업과 유사한 근로자파견사업의 경우 법률상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사용자 책임을 지므로 근로자공급사업에서는 제외된다. 그러나 근로자를 상품으로 해서 돈을 받고 거래하는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근로자공급사업의 변종이다.

이 사건에서 약정을 보면 원고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용역을 피고에게 공급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내용이다. 이는 근로자공급 계약에 해당된다는 것인데 원고 자신이 근로자공급사업의 허가를 받지 않는 것을 자인한 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은 직업안정법 제33조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9조 위반으로 허용될 수 없다. 하지만 파견법이 존재하는 한 근로자의 합법적인 거래는 허용될 것이다.

3. 나가며
대상판례에서 A가 ‘허가된’ 근로자공급사업자였다면, 즉 합법적인 중간착취업자였다면 법원은 판단을 달리하지 않았을까. 근로자의 권리 따위야 법률상 청구가 없으니 배제하면 그만이다. 결국 수수료 지급 여부에 대한 계약이행 여부만 판단하면 재판부의 역할은 다한 것이고, 근로자공급사업 허가 여부로 중간착취업자의 금전적 보호에 충실하면 만족할 것이다. 이렇듯 근로자공급 대가로 협력업체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는 취업알선업자의 행태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직접 노동력을 제공받는 원청까지 이어지는 중층적 고용구조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이중·삼중의 중간착취 문제와 폐해를 현행 법률로 해결할 수는 없다. 지금도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조차 따르지 않고 있다. 파견·도급·근로자공급·하청 등 자본의 착취구조는 새로운 법률용어로 생산되고 있고, 법원은 이를 충실히 따를 뿐이다.

* 각주
1) “최근 경남 거제 소재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34곳에 근로자 2천723명을 무등록 직업소개 및 무허가 근로자공급을 한 브로커 9명이 협력업체로부터 수수료 총 22억5천200만원을 취득해 기소(구속 1명, 불구속 8명)된 사실이 있다.”(2014년 1년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조선업종 불법 취업알선 등 직업안정법 위반 집중 단속’)

2) 임종률, 노동법 제12판, 6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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