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이주노동자는 한국 정부가 필요로 해서 온 사람들이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한국 영세사업장은 운영이 안 된다. 고령화 시대여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우리는 쓰고 버리는 존재가 아니다. 대법원이 올바른 판결을 해 주길 기대한다.”

지난 19일 오전 이주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우다야 라이(46·사진) 위원장은 "대법원은 8년간 계류돼 있는 이주노조 설립신고 사건에 대해 하루빨리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노조는 서울 은평구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위치해 있다.

네팔 출신 라이 위원장은 국내 봉제·사출·가죽·서랍 제조공장에서 일했다. 2012년 고국 필리핀으로 잠시 돌아간 미셸 카투이라 전 위원장이 한국 입국을 거부당하면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다. 2014년 10월 위원장에 선출됐다.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 차장(이주사업 담당)도 맡고 있다.

- 이주노조를 소개해 달라.

“조합원은 1천100여명 정도다. 상급단체는 민주노총 서울본부다. 방글라데시·네팔·인도네시아 등 주요 9개국 노동자들이 주축이다. 사업장에 지부가 없다 보니 주말집회나 각 국가별 공동체에서 만난다. 공단지역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노동상담을 하고 있다.”

-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떤가.

“한국인들은 이주노동자를 불쌍한 존재로만 본다. 그러다 우리가 권리 이야기를 하면 표정이 달라진다. 동등하게 대우해야 하는 노동자라는 인식이 없다. 헌법에 노동 3권이 보장돼 있는데도 이주노동자는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고 여긴다.”

- 고용허가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사업장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이다. 문제가 있거나 처우가 좋지 않은 사업장을 떠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3년 뒤 계약연장을 하려면 사업주 동의를 얻어야 한다. 어떻게든 사업주에게 잘 보일 수밖에 없다.”

- 정부가 이주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서울고등법원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 3권을 가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노동부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거다. 이주노동자는 그저 일만 하고 가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조 불허로 인해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전직 위원장과 간부들에 대한 표적단속이 대표적이다. 그는 "정부의 그물망에 걸려 대부분 강제로 출국당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단체교섭을 하자고 하면 사업주는 이주노조를 무시한다. 심지어 각국 대사관들도 무시한다. 노조 자체가 불법이니 단체교섭은 아예 불가능하다. 조직화가 어렵다. 이주노동자들은 조합원이 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가입을 주저한다.”

- 이주노조가 합법화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주노조 이름으로 집회신고를 할 수 있다. 또 친구들에게 알리고 공개적인 조직화가 가능하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불법이라는 딱지를 떼고 어디서든 당당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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