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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자라 낙인찍으면 해고 가능하다?유상철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필)
유상철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필)

2012년 2월 KEF경총플라자에 실린 ‘저성과자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법률적 쟁점’이라는 문서를 요약하면 이렇다.

“사람은 함부로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있는 저성과자는 교육훈련과 배치전환 등을 통해 핵심 인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제공해야 함. 저성과자들 스스로 밥값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경고·배치전환 등 인사권 행사, 교육훈련 등 역량개발 기회 제공, 자발적 사직의 유도, 해고 등 순차적인 접근이 시도돼야 함. 기업이 저성과자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저성과자로 남는 사람은 개인과 조직 모두를 위해서 해고 등 퇴출을 시킬 수밖에 없음. 기업에서 배려의무 차원에서 교육훈련과 배치전환 등의 인사권 행사가 ‘선이행의무’이며, 해고는 ‘마지막 수단’으로 고민해야 할 사안임. 그렇다고 기업을 망하게 하기 위해서 골몰하는 사람, 지속적으로 밥값을 못하는 사람, 아예 일하려는 의욕이 없는 사람, 조직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 도저히 적용이 어려운 사람까지 보호할 수는 없음. 가슴 아프지만 썩은 사과를 골라내듯이 저성과자를 퇴출시켜야 하는 것도 인적자원관리의 하나임.”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 ‘저성과자 해고제도’에 대한 설명과 경총의 문서는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일반적인 고용해지 기준 및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2015년) : ①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의한 평가 ② 교정기회 부여, 직무·배치전환 등 해고회피 노력 ③공정한 절차와 관련 내부규정 운영 등”을 갖춘 경우 정당한 해고로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이 저성과자에 대해 성과향상 프로그램과 직무역량 강화교육, 직무재교육 등 다양한 명칭으로 퇴출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기업은 성과관리를 빙자해 퇴직을 강요하고 구조조정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퇴출프로그램을 악용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는 ODS(Out Door Sales) 부서를 신설해 외부영업활동을 통해 증권을 방문판매하고 일일보고·명함받기 등 성과목표와 평가를 연동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은 영업스킬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퇴출프로그램이다.

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과장급 이상 사무직에게 직무역량향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은 초심자에게 어려운 수준의 교육과 강도 높은 과제와 시험 등을 실시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시험 및 교육태도 점수에 따라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조는 퇴소 후에도 2차 교육이 진행되는 등 과정을 반복하고 최종적으로 해고까지 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퇴출프로그램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노동자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퇴출 대상자가 됐다는 모멸감뿐 아니라 고립·공포·굴욕·수치감·자괴감 등 인간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상황으로 몰아붙인다.

과거 KT 특별상품판매팀이나 서울도시철도공사 5678서비스단 등 퇴출프로그램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질환·자살로 이어졌고 업무상재해로 인정받는 경우까지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용자 인사권은 노동자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즉 사용자는 인사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정부가 직접 나서 성과관리를 빙자해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제도까지 마련해 준다니 기업은 덩실덩실 춤을 출 판이다.

기업은 굳이 징계해고·정리해고의 까다로운 법률적 요건을 갖출 필요 없이 상시적 구조조정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성과관리를 빙자해 인사권을 남용하는 사용자를 엄중 조치하는 것이다. 도리어 부당해고에 대한 사용자 처벌조항이 부활돼야 할 때다. 기업이 저성과자로 낙인찍은 노동자는 썩은 사과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상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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