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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비행시간 제한 법령 무시하는 국토교통부
강경모
공인노무사
(조종사노조 상근자)

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요즘이지만 비행기를 타면 불안해서 공황장애까지 앓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통계상으로 볼 때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한국 국적 항공사 여객기의 경우 1997년 8월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탑승객 228명 사망) 이후 17년간 승객 사망사고는 2013년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추락사고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승객 3명이 숨졌다.

그렇다면 90년대 거의 매년 항공기 사고 뉴스가 끊이지 않았던 한국이 어떻게 선진국 수준으로 항공사고율이 낮아지게 된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양대 항공사 조종사노조를 중심으로 한 조종사들의 비행안전 투쟁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조종사들은 2000년 양대 항공사에서 조종사노조를 결성했고 현재까지 항공안전보다 이윤추구에 관심이 많은 항공사들을 상대로 비행시간 단축 등 비행안전을 위해 투쟁해 왔다. 조종사노조가 결성돼 활동하게 된 후 한국 항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미미한 수준으로 내려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2007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악으로 항공운수산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고 항공기 운항을 포함한 대부분의 업무가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되면서 양대 항공사 조종사노조들이 비행안전을 위해 싸우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당연히 힘의 균형추는 항공사 쪽으로 기울었다. 여기에 저가 항공사들이 줄줄이 설립되기 시작해 2009년부터는 국내 항공운수산업에 본격적으로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항공사들은 조종사 비행스케줄을 더욱 빡빡하게 짜면서 경쟁에 열을 올리게 됐다.

급기야 항공사들은 항공법상 조종사 비행시간 제한을 초과하는 위법한 비행스케줄을 편성하기 시작했다. 그간 지켜 온 항공안전이 위협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항공사들이 막나갈 수 있었던 원인은 국토교통부에 있었다.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항공사들의 편에서 위법한 법해석을 합법인 양 주장하며 위법행위를 방임했기 때문이다.

내용을 설명하면 이렇다. 항공법은 조종사 피로 누적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조종사가 연속 24시간 동안 수행할 수 있는 최대 비행시간을 제한하고 있다(시행규칙 별표 24). 일정시간 비행 후에 반드시 최소 휴식시간 이상을 쉬도록 규정하고 있다(시행규칙 별표 24).

그런데 국토부 고시인 운항기술기준(별표 8.4.9.3)은 항공법과 달리 최대 비행시간 제한을 규정하면서 ‘휴식 없이’라는 단서를 붙여 "연속되는 24시간 동안 휴식시간 없이 최대 비행근무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국토부 고시를 빌미로 중간에 휴식만 부여하면 연속되는 24시간 최대 비행근무시간 제한을 초과해 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조종사들에게 일정 시간 비행 후 중간에 최소 휴식시간을 부여하기만 하면 연속되는 24시간 최대 비행근무시간 제한을 그 다음 비행부터 다시 기산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그동안 조종사들에게 항공법을 위반하는 빡빡한 비행근무를 강요했고 국토부도 이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국토부와 항공사들의 위법적 법 해석에 제동이 걸렸다. 법제처가 항공법상 조종사 최대 비행시간 관련 법령해석(법령해석례, 14-0514)을 통해 “항공법이 정하는 연속되는 24시간 최대 비행시간 제한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조종사들의 주장이 옳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항공안전과 관련한 조종사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중요한 사건이었다.

조종사노조에서 일하며 법령해석 신청 관련 서면을 담당했던 필자에게도 무척 보람되고 짜릿한 순간이었다. 법제처가 국무총리 소속 기관이라는 점에서 같은 행정부인 국토부 고시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결론을 내려 줄지 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법제처 결정을 보고 어느 조종사는 기뻐하며 “만약 법제처가 국토부와 항공사들의 해석이 옳다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면 아마 조만간 97년 괌 사고와 같은 대형 항공사고가 한국에서 다시 일어날 게 분명하다.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제처의 올바른 법령해석이 나왔는데도 항공사들은 법제처 해석은 유권해석일 뿐이라는 식으로 버티고 있고, 국토부도 아직 문제가 된 운항기술기준 규정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 안전을 위해 항공법에 따라 항공사들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국토부는 초법적 기관인가. 아직까지는 그런 것 같다.

강경모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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