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건설인들은 휴일도 없이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며 가족과 떨어져 머나먼 해외근무를 하거나 산간벽지에서 경제발전을 위해 청춘을 바쳐 왔다. 그렇다면 건설노동자들은 이런 외형적 찬사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지금 우리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산업정책은 크게 수출산업정책과 부동산정책이다. 특히 부동산정책은 내수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정치권에서도 국가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초미의 관심 그 자체다. 이렇게 부동산정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응당 부동산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또한 상당한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망을 금할 길 없다. 아니, 암울하기만 하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설일용직 월평균임금은 13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상용직 대비 일용직 임금 비율은 48.2%에 불과하다. 그나마 툭하면 떼이기 십상이다. 연평균 일할 수 있는 날은 8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매년 600명 이상의 건설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어 가고 있다. 갈수록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기능인력이 떠난 자리는 이주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
정부는 건설업종에 매년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 많은 국민 혈세가 과연 누구를 위해 쓰여지고 있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국민에게 ‘건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어보면 흔히 “부정부패·산업재해·부실시공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이처럼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달러 한 푼 아쉬웠던 시절에 가족들과 생이별해 가며 중동의 뜨거운 사막 모래바람과 싸워 지금의 우리 경제를 이루는 초석을 만들었다. 지금도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그때 다치거나 아팠던 몸 때문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장애와 직업병 등 병마에 시달리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새벽 인력시장에서는 살인적인 추위에 떨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건설노동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하루 일당 10만원도 안 되는 임금도 소개소에 떼이고, 중간 오야지에게 떼이고 나면 정작 본인 손에 쥐는 일당은 7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 돈으로 가족이 살아야 한다. 이런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전국에 100만명이 넘는다.
후진적인 고용 인력시장을 개선해야 한다. 추위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는 공공 ‘쉼터’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 또한 공염불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60~70년대 이 땅의 경제발전을 위해 고생한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을 초청해 위로한 바 있다. 중동 순방길에서는 제2의 중동 건설특수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고용률 70% 달성’을 공약했다.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건설노동자들이 ‘노가다’로 불리는 사회적 불명예를 씻어 줘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건설노동자들에게 적정임금을 지급하고 기능인으로 대우하는 내용의 건설기능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잠자고 있다. 국민 혈세 100조원이 들어가는 부동산정책도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이 시간에도 전국 공사현장에서는 "주 5일은 고사하고 일요일만이라도 쉬고 싶다"고 외치는 건설노동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