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국 건설노조 정책국장
123층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에 이어 현대자동차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에 지상 115층 규모의 초고층 마천루를 짓겠다고 나섰다. 이제 대한민국은 공항·항만·현수교·플랜트·초고층빌딩 등 건설산업 50년 만에 국제사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 냈다. 규모 면에서 보자면 건설업 종사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러나 이렇게 규모의 성장에 가려진 건설업 종사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의 건설인들은 휴일도 없이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며 가족과 떨어져 머나먼 해외근무를 하거나 산간벽지에서 경제발전을 위해 청춘을 바쳐 왔다. 그렇다면 건설노동자들은 이런 외형적 찬사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

지금 우리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산업정책은 크게 수출산업정책과 부동산정책이다. 특히 부동산정책은 내수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정치권에서도 국가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는 초미의 관심 그 자체다. 이렇게 부동산정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응당 부동산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또한 상당한 사회적 지위를 누리고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망을 금할 길 없다. 아니, 암울하기만 하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설일용직 월평균임금은 13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상용직 대비 일용직 임금 비율은 48.2%에 불과하다. 그나마 툭하면 떼이기 십상이다. 연평균 일할 수 있는 날은 8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매년 600명 이상의 건설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죽어 가고 있다. 갈수록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기능인력이 떠난 자리는 이주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

정부는 건설업종에 매년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 많은 국민 혈세가 과연 누구를 위해 쓰여지고 있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 국민에게 ‘건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어보면 흔히 “부정부패·산업재해·부실시공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이처럼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달러 한 푼 아쉬웠던 시절에 가족들과 생이별해 가며 중동의 뜨거운 사막 모래바람과 싸워 지금의 우리 경제를 이루는 초석을 만들었다. 지금도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그때 다치거나 아팠던 몸 때문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장애와 직업병 등 병마에 시달리며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새벽 인력시장에서는 살인적인 추위에 떨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건설노동자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하루 일당 10만원도 안 되는 임금도 소개소에 떼이고, 중간 오야지에게 떼이고 나면 정작 본인 손에 쥐는 일당은 7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 돈으로 가족이 살아야 한다. 이런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전국에 100만명이 넘는다.

후진적인 고용 인력시장을 개선해야 한다. 추위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는 공공 ‘쉼터’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이 또한 공염불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60~70년대 이 땅의 경제발전을 위해 고생한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을 초청해 위로한 바 있다. 중동 순방길에서는 제2의 중동 건설특수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고용률 70% 달성’을 공약했다.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진 건설노동자들이 ‘노가다’로 불리는 사회적 불명예를 씻어 줘야 한다.

지금 국회에는 건설노동자들에게 적정임금을 지급하고 기능인으로 대우하는 내용의 건설기능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잠자고 있다. 국민 혈세 100조원이 들어가는 부동산정책도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이 시간에도 전국 공사현장에서는 "주 5일은 고사하고 일요일만이라도 쉬고 싶다"고 외치는 건설노동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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