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영역에 대한 정부의 민영화 시도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다. 철도·의료 민영화를 밀어붙인 정부가 이젠 교육을 외국자본의 돈벌이로 전락시키려 하는 듯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이익잉여금의 배당을 허용하는 과실송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과실송금제는 교육 민영화를 완결시키는 제도로 평가된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민간자본의 학교설립을 지속적으로 확대·허용해 왔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학교법인의 결산상 이익잉여금에 대한 회계 간 전출과 투자에 대한 배당을 허용했다. 다시 말해 외국학교 법인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외국으로 빼내 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학교법인의 이윤추구를 도와주기 위해 내세운 정부의 주장은 사기에 가깝다. 정부는 국제학교 설립을 허용하면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해 유학수지 적자를 줄이고 국부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외국학교 법인의 이익잉여금 유출을 허용하려고 한다. 국부유출을 막겠다면서 이익잉여금 외부유출을 허용한다니.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문제는 해당 조치가 우리나라 교육체계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다는 데 있다. 우선 학교(교육)가 돈벌이 대상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전국교직원노조를 비롯한 교육단체는 "국제학교 과실송금이 이뤄지게 되면 학교는 교육보다 영어캠프 등 영리활동에 골몰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학교는 시장이 되고 교육은 상품이 되면서 결국 공교육 체계가 근간부터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해당 조치가 제주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학교법인들이 학교 간 형평성과 지역 역차별 해소를 명분으로 영리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경제자육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에서 국내 사립학교로 학교 영리화가 퍼져 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는 배경이다.

계급 간 격차도 심화할 것이다. 제주 국제학교 재학생의 1년 교육비는 4천만원에 이른다. 중산층도 엄두를 못 낼 금액이다. 정부가 누구를 위한 학교, 누구를 위한 교육정책을 펴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철도·의료의 공공영역 파괴를 호시탐탐 노리는 정부의 목표는 이제 계급격차 고착화로 이어지고 있다. 가만히 지켜보기 힘들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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