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남편은 잘렸다. 바람 많이 불던 날 낯선 거리에서, 아내는 남편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뭉텅 잘린 머리카락을 손에 쥐고 놓질 않았다. 자주 울었다. 까칠까칠한 머리에 얼굴 묻고 꺽꺽거렸다. 울음 눌렀다. 노조 깃발 목에 두르고 앉아 아무 말 없던 남편 눈이 따라 붉었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코끝에 매달려 바람 따라 흔들렸다. 툭툭 떨어져 시멘트 바닥을 뒹굴던 머리카락 뭉치엔 아직 검은 것이 많았다. 해고는 청천벽력같았다. 석회석 광산을 파고들던 남편이 서울 본사 앞을 찾아 회사의 불법을 규탄했다. 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가족대책위원회 꾸리고 나선 아내가 머리띠 묶고 옆자리 함께 섰다. 같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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