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디스 정리해고 통보 공문. 금속노조
기술 먹튀 의혹에 휩싸인 LCD 제조업체 하이디스테크놀로지가 결국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1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하이디스는 지난달 27일 전체 노동자 377명 중 재무회계와 설비부문 노동자 46명을 제외한 331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린밍청 하이디스 대표이사는 공문을 통해 “경영상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이천공장에서의 생산을 종료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며 “해고일은 2015년 3월31일”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8일 이천공장 폐쇄방침을 밝힌 하이디스는 3주 만인 1월29일 희망퇴직을 접수하기 시작한 데 이어 급기야 이날 정리해고 수순에 들어갔다.

이상목 노조 하이디스지회장은 “해고대상으로 지목된 노동자들은 해고통보서 수령을 거부하기로 뜻을 보았다”며 “이달 중 하이디스 대주주인 대만 이잉크사를 상대로 2차 원정투쟁을 벌이는 등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한 하이디스는 현대전자가 부도 처리된 뒤 2002년 중국의 비오이그룹과 2008년 대만 이잉크사에 연이어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두 외자기업에 의한 기술유출 의혹이 불거졌다. 이들 기업은 투자 대신 특허기술을 이용해 영업을 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취했다. 지난해 하이디스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특허기술을 공유한 대가로 외국 동종기업에서 받는 로열티였다. 지난해에만 1천억원이 넘는 로열티 수익을 남겼다. 향후 하이디스 경영상 해고의 적법성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이잉크사는 이천공장을 폐쇄해 LCD 생산을 중단한 뒤에도 특허사업을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접수하며 “향후 회사의 특허사업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며, 향후 회사의 특허사업에 종사하게 되는 임직원들을 모욕·비방하거나 또는 달리 해당 임직원들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여타 손해를 줄 수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서약할 것을 요구했다. 재무회계와 설비부문 노동자를 해고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특허사업을 계속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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