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겠다고 난리다.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하고 나자 방지대책으로 CCTV를 설치해야한다고 야단이더니 급기야 당정이 “어린이집의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녹화분을 30일까지 보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정부와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별위원회는 23일 당정 간담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2월 임시국회 입법 과제 관련 특위안을 만들었다고 특위 위원장이 밝혔단다. 어린이집에 CCTV 등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를 의무화하기 위해서 영유아보육법에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중앙정부가 CCTV 설치에 필요한 경비를 일부 지원하며, 지방자치단체와 어린이집이 나머지를 나눠 부담한단다. CCTV의 녹화 보존 기간은 일단 30일로 잡았다는데 그 이유는 30일 보관에 65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며, 이를 60일로 늘릴 경우 112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 지난해 9월25일이었다. 그날 오후 2시 재판을 마치고서 창원지방법원 옆 커피숍에서 전화를 받았다. 바로 어린이집 CCTV사건이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의 어린이집 보육교사 등 복지센터 조합원들이 속한 노조지부의 지부장으로부터였다. 이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의 어린이 폭행사태가 발생했다며 복지센터는 학부모운영위원회 의결로 학부모들이 동의했다고 내세우며 보육교사들의 동의 없이, 그리고 노조가 반대하는데도 CCTV를 설치했다. 그러자 지부장의 지시로 조합원인 보육교사들이 교실 등에 설치된 CCTV를 검정비닐로 가려 작동을 막았다. 이로 인해서 사용자는 가담자들을 징계했다. 그 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거쳐서 노동자들은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나는 이 소송을 맡게 됐다. 복지센터가 정부 방침에 따라 과학기술인공제회로 이관돼서 사용자가 변경되면서 진행됐던 이 사건 재판에서 마지막 변론기일까지 참가인 사용자는 자신만만해 했다. CCTV를 설치하게 된 경위와 CCTV 작동을 방해한 행위 정도로 볼 때 감봉 등의 징계처분은 정당하다고 장담했던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감시장비 설치를 제한한 협약을 존중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개인정보 보호법을 우선 내세우면서 협약 위반이라고 나는 변론을 밀고 나갔다. 그리고 선고가 있던 날, 다른 사건 재판으로 창원에 있던 내게 지부장은 서울행정법원에서 선고를 듣고 온 센터 담당직원이 우리가 이겼다고 말하더라며 내게 확인 전화를 한 거였고,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법원은 '원고 승', 징계가 부당했다고 판결했다. 단지 징계의 부당성을 다투는 소송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복지센터 소장이 CCTV 작동을 방해한 것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해 달라고 고소해서 형사재판을 받아야 했다. 당시 영유아보육법은 벌금 이상을 선고받기만 하면 어린이집 보육교사 지위를 잃도록 정하고 있어서 지부장은 사용자의 CCTV 설치의 부당성과 CCTV 작동 방해 행위의 정당성을 최후 진술로 주장했지만, 보육교사인 피고인들은 선처를 호소해야 했다. 그리고 지부장은 벌금형이 선고됐고, 보육교사들은 선고유예를 선고받아 해고를 면할 수 있었다. 서울행정법원에서 위와 같이 협약을 위반해서 설치한 CCTV 작동을 방해한 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고, 이후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지부장도 항소해서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렇게 행정소송과 형사재판을 담당하면서 나는 어린이집 CCTV 설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최근 여론이 들끓는 것과는 반대로 영유아 등 보육생 어린이나 그 보호자인 부모의 입장이 아니라 여론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는 보육교사의 입장에서 CCTV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3. CCTV는 감시장비다. 절도범 등 외부 침입자의 침입 방지를 위해서 주택 등에 설치하는 CCTV 등과 달리 어린이집에 설치하는 CCTV는 어린이집에서 근로자인 보육교사가 정상적으로 업무수행을 하도록 하기 위한 감시장비다. 실시간으로 범죄가 일어나는 범죄현장이라면 감시장비를 설치한다고 뭐라 하겠는가. 어린이집이 범죄현장도 아니고, 보육교사가 범죄자도 아니다. 하물며 수감시설의 범죄자라도 일거수일투족을 CCTV로 촬영하고 감시한다면 인권침해라고 주장할 기본권 목록을 헌법에서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범죄를 예방해서 피해자를 보호하겠다고 설치하는 CCTV는 만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감시장비다. 그러니 범죄현장이 아닌 어린이집에 설치해서 보육교사의 직무수행을 일거수일투족으로 감시하겠다는 CCTV는 명백하게 보육교사의 인권을 침해하는 감시장비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법으로 그 설치의무를 마련해서 강제하도록 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일 장비가 아니다. 어디 보육교사의 인권만이겠는가. 보육교사의 폭행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어린이집 어린이들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행위능력이 인정되지 않아도 어른과 같은 무게의 인권을 가진 사람이다.

4. 감시는 쌍방향이 아니다. 그래서 감시는 권력이다. 이 세상에는 감시하는 자와 감시받는 자가 있다. 노동자의 법명인 근로자는 사용자의 감시를 받는다. 근로관계에서 사용자는 감시하는 자고 근로자는 감시받는 자다. 사용종속관계가 본질이라고 선언한 근로관계가 존재하는 한 이 세상에서 사용자와 근로자는 이렇게 감시로 구분된다. 사용종속관계란 근로자는 사용자에 종속돼서 사용자의 지시에 복종해서 일하는 관계를 말한다. 그러니 사용자의 감시는 당연한 관계의 질서고 권력이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어린이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집에서 이미 사용자는 근로자를 감시해 왔다. 사용자의 대리인인 원장은 당연히 근로자인 보육교사의 직무수행을 감시하는 자고, 이런 감시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 보육교사에 대한 관리를 문제 삼아 어린이집 원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감시의 질서를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감시는 권력을 타고 흐른다. 이 세상에선 근로자가 사용자를 감시하는 법은 없다. 노예가 주인을 감시한다면 더는 노예의 질서는 유지될 수 없다. 그러니 노동자가 사용자의 감시를 받지 않고 오히려 사용자를 감시할 수 있다면 사용자가 주인인 세상도 없다. 소유권이 사용자를 이 세상의 주인으로 만든다고 말해 왔지만 감시의 권력이야 말로 사용자를 노동자의 주인으로서 지위를 부여해 왔다. 어디 사업장의 근로관계에서만이겠는가. 국가의 권력관계도 그렇다. 거기서는 상명하복, 감시의 권력이 질서다. 국가의 힘은 권력이고, 그것은 권력자의 명령에 복종하는 관계에서 나온다. 결코 그 반대의 작용은 없다. 하급자가 상급자를 복종시키는 순간, 이 세상에서 권력관계의 결정체인 국가는 힘을 잃는다. 어찌 보면 먼 데서 꿈을 찾아 헤맨 것인지 모른다. 노동자도 세상의 주인이 되겠다는 꿈은 사업장에서 사용자로부터의 감시를 제한하는 것부터 꾸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민주주의, 인민이 주인인 세상의 질서를 실현해 내기 위해서는 권력을 감시해야만 하는 것처럼 그렇게 노동자는 꿈을 꾸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은 너무도 먼 꿈이다. 그 꿈을 꾸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없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은 사용자의 지나친 감시를 제한하는 단체협약을 꿈꾸기는 했지만 사용자를 감시할 꿈은 꾼 적이 없다. 법원이, 법이 그것을 사용자의 경영권·인사권 행사를 침해하는 꿈이라고 노동자의 꿈을 부정해서 그랬던 것이 결코 아니다. 감시자를 감시할 꿈을 꿀 의지를 노동운동의 것으로 하지 않았다. 소유권이 세상의 힘이라고 이 세상에선 그것은 사용자 자본의 것이라고 분석하고서 그 소유권의 높이 앞에서 절망했는지 아니면 그걸 넘고자 열심히 체력단련을 하고 있는지, 어쨌든 감시자를 감시할 꿈은 없다.

5. 작업장에 CCTV를 설치해서 작업을 감시하는 것에 대한 분노는 있다. 분명히 감시가 사용자의 권한이라고 해도 근로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가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감시하지 않았던 사업장의 노동자라면 더욱더 분노할 것이다. 거기서는 노동조합은 CCTV 등 감시장비를 통한 사용자의 감시를 제한하겠다고 교섭하고 투쟁해서 단체협약으로 쟁취해 내기 위해 나설 수도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것으로 얼마든지 노동자는 사용자가 설치한 CCTV 작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징계를 무효라고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은 당연히 조합원의 노동자권리를 확보해야 할 노동조합의 일이다. 그리고 사업장에서 CCTV 설치가 문제되고 있는 오늘, 감시자를 감시할 꿈까지는 아니라도 노조운동이 이 나라 노동자들에게 쟁취해 줘야 할 일이다. 감시자는 아니라도 감시장비 설치는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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