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3일 노사정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기본합의를 체결하면서 올해 3월까지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로 했다. 당사자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정부 생각대로라면 3월 말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3월까지 반드시 종합대책을 도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반대 의견도 많다. 당장 국회가 3월 말 합의에 부정적이다. 서두르지 말라는 취지다. 비정규직 종합대책 시행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제·개정해야 할 법령이 17개나 되니 국회로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논의가 숙성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합의시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논의 시한 짧아 연장도 고민해야, 정부 일방 추진은 안 돼 

강훈중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

노사정은 지난해 12월 노동시장 구조개선 기본합의를 하면서 우선과제에 대해서는 올해 3월 말까지 논의하기로 했다. 임금·노동시간·정년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사회안전망 정비가 우선과제에 해당한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제가 없고 결정사항에 따라 현장에 미치는 파급력도 크기 때문에 논의시한이 짧은 것은 사실이다. 또 이러한 기회에 노사정이 노동현안과 노동시장 문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토론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는 논의시한 연장을 고민할 수도 있다.

다만 3월 말이라는 논의시한은 이미 노사정이 합의한 사항이다. 한국노총도 합의 주체였기 때문에 약속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현재로써는 논의시한을 연장하자거나 혹은 말자거나 하는 의견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또 논의시한을 무한정 늘린다고 해서 특별한 해법이 마련되는 것도 아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관한 과제들을 논의하기에는 3월 말이라는 시한이 짧긴 하지만 한국노총은 약속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고 시한을 연장하는 것이 좋은지를 현재로써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없어야 한다. 논의시한이 끝났다고 정부가 자신들이 마련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노동계를 들러리 세웠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럴 경우 한국노총은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을 막기 위한 전 조직적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3월 말 합의 최선 다하는 것이 우선 

이형준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지난해 12월23일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대로 일단 우선 논의과제에 대해 3월까지 합의하는 것이 목표다. 우선 논의과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임금·근로시간·정년 등 노동시장 현안 문제, 사회안전망 정비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노사정이 3월까지 과연 합의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고용창출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에 3월이라는 시점을 정해 놓고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과제 논의를 3월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노사정 합의사항이다. 노사정 모두의 의지 표명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선논의 과제에 대한 노사정 논의는 되도록 3월까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사정이 합의를 위해 진정으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노사정 논의에 정치적 입김 배제해야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

3월 시한을 정해 놓은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3월까지 가능할 것이냐'를 묻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대답은 ‘어렵다’는 것이고, '3월까지 하는 것이 좋으냐'를 묻는 것이라면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3월까지 어렵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3월이 됐든,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지고 가든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논의와 합의는 노사정위원회에서 끝을 내라는 것이다. 긴 호흡이라는 말은 우선 합의 가능한 쟁점부터 3월까지 정리하고 그 뒤에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순차적으로 합의를 해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과거 2009년에도 노조법 개정에 대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가 실패해 국회로 논의의 장이 옮겨 왔으나, '미디어법'과 '금산분리 완화법' 처리과정에서의 여야 간 대치,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 논란 등과 같은 당시의 정치상황이 뒤엉키면서 정작 중요한 두 주체인 노동계나 경영계의 의견 보다는 정치적 해법에 의한 해결방안 모색이 이뤄졌다. 지금 국회의 상황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역시 여야 지도부 교체, 경제 활성화와 복지, 증세 논란 등으로 여야 간 정쟁 격화가 충분히 예상되고 그 결과 이와 같은 문제가 반복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후퇴된 ‘노동시장 구조개선안’ 국회 문턱 못 넘는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3일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는 정부 주장의 일방적 강요를 위한 수순이 아닌 왜곡된 노동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고민의 장이 돼야 한다.

지난 시절 크고 작은 수많은 노사정 합의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또다시 노사정 대타협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까지 힘없는 노동자들은 약속을 지켰으나 경영계와 정부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각종 편법과 비정상적인 행정해석 등으로 이를 왜곡시켜 온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에도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규직 과보호론’을 전면에 부각시키며 마치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 노동시장 문제의 원인인 것처럼 얘기하며 정부안대로 노사정 대타협을 밀어붙이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정부 여당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

집권여당이 진정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원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 2020년까지 연평균 노동시간 OECD 평균수준 단축, 공공부문일자리 확대, 정리해고 요건 강화, 특수고용직 산재 및 고용보험 가입 확대, 최저임금 인상 기준 마련 등에 대해서 책임지는 모습부터 보여 줘야 한다.

과정이라도 바세나르 협약 닮아야  

심상정
정의당 의원

지난 수십년간 방치되다시피 한 노동악습과 관행을 불과 몇 개월이면 청산할 수 있었던 것인가. 3월까지 합의시한을 정해 놓고 초시계 재듯 노사정 논의를 마무리 짓도록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의문을 접하고 있노라면 노사정위원회 존치에 대한 깊은 회의마저 든다. 얼마 전 대한상의 회장단이 최경환 부총리에게 플랜 B를 언급한 것은 자기기만에 가깝다. 더구나 기획재정부도 노사정 논의 진행 중에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방향을 발표해 찬물을 끼얹었다. 이래 놓고서 무슨 신뢰와 협조를 통한 노사정 합의 정신을 운운할 수 있나.

많이 바라지 않겠다.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칭찬해마지 않는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 정도만 했으면 한다.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까지도 바세나르 협약처럼 하라는 얘기다. 네덜란드는 사회협약을 맺을라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정 각각 11명의 위원들이 원탁에 앉아 치열한 토론을 통해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그러한 과정이 바로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도 감수하게 한다. ‘discuss’의 어원이 접두사 ‘dis’와 원망을 의미하는 단어 ‘cuss’가 합해진 말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노사정 타협 결과만 나오면 서로를 원망하고 책임을 떠밀기 일쑤다. 그러나 타협이 아니라 야합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더구나 결코 가볍지 않는 의제들을 노사정위원회 테이블에 모래시계를 올려 두고 해치우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이렇게 하려면 노사정위에서 노를 빼고 사정위를 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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