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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무관’한 자들, 그러나 파업은 막아야 한다?강민주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진짜 사장과 가짜 사장. 참으로 장난스럽게 느껴지는 용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힘든 것이 현재 노동시장 구조다. 그만큼 요지경이다. 이런 요지경 세상에서 ‘진짜를 찾아서’ 투쟁한 지 100일을 넘긴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인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고객센터에 소속된 노동자들이다.

지난해 3월 이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교섭을 시작했다.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라고 생각했기에 그들에게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들은 망설임 없이 “우리 회사는 당신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답을 보내왔다. 노조는 전국에 있는 각 고객센터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고, 이번에는 고객센터로부터 자신들은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각 고객센터는 단체교섭 권한을 한국경총에 위임했다.

노조는 몇 개월간 교섭을 진행했으나 더 이상 교섭으로는 단체협약 체결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사측에 통보했다. 그런데 노조의 조정신청이 예상되자 사용자들은 지난해 9월3일부터 같은달 5일까지 일제히 노동조합에 ‘필수유지업무협정 체결 요청공문’을 발송하고, 같은달 1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전국 지노위에 필수유지업무결정신청 사건을 접수했다. 노조에는 지노위로부터 사건접수 공문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노조와 조합원은 너무 황당했다. 우리가 필수공익사업 중에서도 특히 ‘파업을 할 수 없는’ 필수유지업무를 행하고 있다고? 몇 개월간 진행된 교섭 과정에서 이 중요한 내용을 원청업체는 물론 경총이나 각 고객센터 누구로부터도 들어본 바가 없었다.

사용자측(원청·경총·고객센터)은 고객센터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인 통신사업을 행하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어 조합원들의 업무가 중단되거나 사업이 폐지될 경우 공중 일상생활이 현저하게 위태로운 결과가 발생하고 서비스 대체도 용이하지 않아 쟁의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청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들이 자신의 사업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사실 이 부분은 어쩌면 참으로 고마운 말이다). 그러면서 필수유지업무의 근거로 고객이 입게 되는 불편함과 계약해지로 인한 사용자의 손해를 주장했다.

그러나 사측이 제시한 근거들은 노동자들이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행사함으로써 사용자가 입게 될 경제적인 손실과 노동자들이 제공한 노동력으로 실현되는 서비스의 중단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겪게 되는 불편함에 대한 내용이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의 쟁의권 행사에 따른 ‘필연적’ 결과에 불과하다.

이러한 필연적 결과조차 수인하지 않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 3권을 부정하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사용자측은 노동위원회 현장조사와 조정회의 결과 필수유지업무(쟁의권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우세해지자 결국 사건접수 4개월 만인 지난달 13일 전국 각 지노위에 필수유지업무결정신청 사건을 모두 취하했다. 이로써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쟁의권을 두고 벌인 노사 간 법적 다툼은 종결됐다.

노동위를 통해 하청(위탁)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필수유지업무결정과 관련한 명확한 법적 해석이 내려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결정을 앞둔 시점에 스스로 사건을 취하함으로써 사용자가 노조와 조합원들에 대한 쟁의권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과 노조 파업을 무력화하고자 했던 사측의 의도가 무산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사건 과정에서 사용자의 입을 통해 하청(위탁)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자신의 영업과 이익창출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행하고 있는지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이 ‘필수적’인 업무를 행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만났을 LGU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그리고 KT 고객센터 기사들은 모두 원청이 정한 유니폼을 입고 다닌다. 전국 어디서나 같다. 유니폼 어디에도 법적으로 근로계약 당사자라는 위탁업체 이름은 적혀 있지 않다. 단지 원청 사용자 로고가 빛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을 누가 사용하고, 그들이 행한 노동의 결과물이 누구의 이름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는 법(法)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는 이미 ‘실존(實存)’으로 증명되고 있다.

강민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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