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유럽에서도 긴축정책을 펼쳤지만 실패했습니다. 대기업 감세를 통한 낙수효과도 없다는 게 드러났어요. 그런데 한국은 왜 망가진 정책을 계속 쫓아가고 있는 건가요?"

크리스티 호프먼(59·사진)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 사무부총장은 지난 22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서민증세·우회증세로 비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세금정책에 대해 "실패가 증명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호프먼 사무부총장은 최근 한국에서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으로 국민 감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세수부족을 이유로 노동자들만 쥐어짜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한국의 경제성장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인터뷰 당일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발표한 부자증세 방안이 한국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날이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자증세 방안에 대해 크게 환영했다. 호프먼 부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위기 상황을 정확히 감지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도 그동안 경기부양책을 많이 썼지만 결국 성장의 과실은 1% 부자들에게만 갔고, 중산층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미국도 부자증세를 통해 부의 재분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양극화·부의 재분배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다. 지난해 12월7일부터 10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유니글로벌 세계총회에서도 공정한 분배와 지속가능한 경제건설을 위한 방안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UNI는 150개국 900여개 노조, 2천만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는 최대 규모의 국제산별노조연합이다. 호프먼 부총장은 미국 서비스노조(SEIU) 간부 출신으로 노사교섭 전문가다. 인터뷰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됐다.

- 4년마다 열리는 유니글로벌 세계총회가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렸다. 주요 안건을 소개해 달라.

"세계총회의 주제는 '다 함께(Including You)'였다. 어떻게 하면 노조 조직을 확대·강화할 것인지,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주되게 논의했다."

- 노조 조직화 문제와 양극화·불평등 문제는 전 세계적인 이슈인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노조 조직률이 7% 정도로 하락해 대표성 약화를 초래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노조가 대표성을 가질 만큼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단체교섭권을 가지고 제대로 교섭을 할 수 있다. 또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의 목소리가 전달돼야 한다. 노조가 확대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한다. 기존 정규직 조합원들을 지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면 그 노조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미래도 없을 것이다."

- 미국도 증세 문제가 화두인데.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증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한국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만족한다. 미국 경제는 위기에 봉착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세금정책을 바꿔야 한다. 자본소득세를 늘리는 것이다. 그간 부자들은 자기들이 가져간 돈만큼 토해 내지 않았다. 공정한 세금부과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키포인트다. 지금까지 미국 경제성장의 혜택은 1%의 부자들에게만 돌아갔을 뿐 나머지들에겐 돌아가지 않았다.

대다수 국민이 구매력을 갖고 있지 않다. 가난한 사람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 같은 위기를 정확히 감지하고 있고, 부자증세를 통해 부의 재분배를 하려는 것이다. 필립 제닝스 UNI 사무총장도 다보스포럼에서 얘기했듯이, 이젠 더 이상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때가 아니다. 굉장히 혁명적인 결단을 내릴 때다."

- 한국 정부는 서민증세로 비판을 받고 있다. 담뱃값 인상이나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 논란을 어떻게 보나.

"매우 어리석은 정책이다. 한국 정부가 세수부족을 이유로 노동자들만 쥐어짜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의 경제성장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럽에서도 긴축정책을 펼쳤지만 결국 실패했다. 대기업 감세를 통한 낙수효과도 없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 한국은 왜 망가진 정책을 계속 쫓아가고 있는 건가. 실패로 증명된 정책은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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