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용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위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 기자회견에 앞서 삭발하고 있다. 금융노조
하나-외환은행의 3월 통합이 물 건너갈 전망이다.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위원장 김근용)는 26일 "대화에 진정성이 없다"며 하나금융지주와의 합병 관련 대화를 중단하고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정례회의에 하나-외환 합병 예비인가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 한 차례 연기돼 3월1일로 잡혔던 합병기일이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금융이 합병절차 강행을 위한 수단으로 지부와 대화한다고 했을 뿐 진정성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하나지주의 거듭된 배신행위로 새로운 합의서 체결을 위한 대화가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과 지부는 지난 14일 통합 관련 본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19일 하나금융이 금융위원회에 합병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대화가 중단됐다.

지부는 대화 중단의 가장 큰 이유로 구조조정 가능성을 들었다. 김근용 위원장은 "하나지주는 언론 앞에서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고용을 약속했지만, 실제 협상장에서는 구조조정을 언급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들은 협상장에서 "유휴인력이 너무 많다"거나 "자회사로 전환배치가 불가피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는 금융위도 비판했다. 금융위는 하나금융이 합병예비인가 신청서를 내기도 전에 "1월28일 정례회의에서 승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와 하나금융가 사전공모를 한 게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겠느냐"며 "금융위가 노골적으로 하나금융 편들기에 나선 이상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삭발을 하고 금융위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지부는 금융위의 합병 예비인가 승인을 사실상 본인가로 보고, 예비인가를 승인할 경우 파업을 포함한 전면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은 금융산업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모든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측의 대화가 중단되고,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금융위도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합병 예비 인가신청서를 접수했으나 28일 정례회의에는 안건으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며 "실무적으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월1일로 정해진 합병기일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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