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변호사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지난주 금요일에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원고는 조합원 23명)가 제기한 통상임금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서 판결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선고 결과가 노동현장에 미칠 여파가 만만치 않아선지 언론은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상으로 많은 뉴스를 쏟아 내고 있다.

언론(특히 보수신문)은 “사실상 현대차 승소, 노동조합 패소”, “조건 붙은 상여금은 통상임금 아니다”, “통상임금 기준 명확해져 유사소송 줄어들고 입법화 탄력받을 듯” 등의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현재의 통상임금 논의 형국을 사용자에게 편리하도록 왜곡하려는 의도마저 발견된다. 언론 보도에만 치우치지 말고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상임금은 어렵다. 단일 쟁점으로 이토록 어려운 법리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법적 이해가 요구된다. 이 사건에서의 핵심은 일정 근무일수 충족을 조건으로 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일 게다. 이른바 ‘고정성’을 충족하는지에 관한 문제다.

고정성에 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정의했다. 결론적으로 전원합의체 기준에 따르더라도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을 충족한다.

이번 사건처럼 정기상여금에 지급조건(시행세칙상 두 달에 15일 만근)이 붙어 있으면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지 않느냐는 반론이 여전하다. 현대차 사건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했다.

헌법과 노동법률(행위)에 반하는 해석이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주장은 지급제한 조건이 유효하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어떤가. 이른바 정기상여금은 노동의 대가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상여금 내지 성과급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정기상여금 지급제한은 곧 일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이러한 제한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럴 경우 소위 ‘기본급’ 지급에도 최소 근무일수 조건을 둘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게 된다.

기본급 지급에 조건을 붙일 수 없는 것처럼 정기상여금에 붙은 지급조건은 그 조건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오히려 ‘일한 만큼 비례’해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기상여금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에 해당한다. 사용자도 노동자도 그 금액을 확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편 상여금 지급기간 만료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이미 근무한 일수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대법원 1982. 4. 13 선고 81다카137 판결 등 다수). 대법원은 “상여금 지급 재직일 조건은 ‘당기 상여금 전액’을 지급할 때를 정한 조건으로만 해석해야 하고, 중도 퇴직자에게 지급을 금하지 않으며, 근무일에 비례해 상여금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상여금 성격을 ‘포상적’으로 보면서 노동대가를 부정하고, 더욱이 법리(위 81다카137 판결)까지 왜곡하면서 고정성을 부정하는 무리한 결론을 내렸다.

이번 판결을 두고 “전원합의체 판결 기준에 충실한 판단”이라고 분석하는 자들이 상당수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전원합의체 판결 기준의 경우 해석이 분분하고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다. ‘지급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에 관한 대법원의 후속 판단도 내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이 판결한 성남시내버스 사건(명칭은 상여금이나 원래 성질이 성과급인 경우)만 있을 뿐이다.

사법부의 판단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법률과 가까이 하지 않는 대다수 노동자들은 현대차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 일반인들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해석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지 않겠나. 자못 실망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는 조합원들을 응원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