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있고 기업 규모가 클수록 직업훈련을 받을 기회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경우 규모가 작을수록 노조 존재 여부에 따라 기회 격차가 벌어졌다. 대부분의 직업훈련이 사업주 주도로 진행되면서 비정규직·실업자 같은 미취업·소외계층에 혜택이 적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산별노조나 지역 단위를 포괄하는 노조 주도로 직업훈련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소기업, 노조 있어야 직업훈련 시행

4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발간한 ‘노동조합과 직업능력개발 활성화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재직자 기준 직업능력개발 훈련에 참여한 노동자는 2003년 174만5천32명에서 2013년 383만9천657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재직자 직업훈련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2천731억원에서 6천38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직업훈련 참여율은 기업 규모와 노조 유무에 따라 차이가 컸다. 상시 고용 300인 이상 대기업은 재직노동자의 직업훈련 참가율이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62%와 54.3%로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각각 18.8%와 22.2%에 그쳤다.

사업장 단위로 살펴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집단의 90% 이상은 2013년에 최소 한 번 이상 직업훈련을 시행했다. 직업훈련 시행률은 노조가 있든(97%) 없든(92.3%) 큰 차이가 없었다. 대기업의 경우 노조 유무와 상관없이 기업 차원에서 직업훈련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중소기업으로 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100~299인 사업장 중 2013년에 최소 한 번 이상 직업훈련을 시행한 기업은 노조가 있는 경우 72.8%였으나 노조가 없는 경우 55.5%에 머물렀다. 30~99인 사업장은 유노조 75.4%·무노조 47.7%, 10~29인은 유노조 74.6%·무노조 38%, 1~9인 사업장은 유노조 64.4%·무노조 19.8%였다.

황선자 선임연구위원은 “유노조 사업장의 81.2%가 직업훈련을 시행한 반면 무노조 사업장의 시행률은 34.7%에 불과했다”며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노조가 있어야 직업훈련 시행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직업훈련 시행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이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참여법은 30인 이상 사업장에 노사협의회 설치를 의무화(제4조)하고 노사가 함께 근로자 교육훈련·능력개발 기본계획을 수립(제21조)하도록 했다.

의무규정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인적자본기업 패널조사에 따르면 노사협의회에서 교육훈련·경력개발을 의제로 삼은 기업은 51.4%였다. 또 노조 혹은 근로자대표가 사측의 교육훈련 계획에 의견을 제시(16.5%)하거나 계획을 협의·승인(13.7%)하는 실제 관여비율은 30.2%에 그쳤다.

노조 직업훈련 참여해야 하이로드 전략 가능

황 선임연구위원은 “영국·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들은 직업훈련 계획을 세우는 기업위원회에 노조의 참여를 법으로 보장하고 노조 학습위원에게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부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직업훈련 계획을 수립할 때 노조의 의결권 행사를 강제하도록 근로자참여법을 개정하는 등 노조가 실질적 영향력을 확보하도록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조가 직업훈련에 관심을 갖고 이를 추진할 만한 전문역량을 기르는 것도 과제다. 특히 노조는 사업주 주도의 기업단위 직업훈련의 한계를 넘어 산별·지역단위 교육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업단위 교육에서 소외된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와 실업자 같은 미취업·취약계층이 참여하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3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교육훈련을 받은 정규직은 61.3%인 데 비해 비정규직은 29.9%밖에 되지 않았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노조의 직업훈련 참여는 노동자에게 기술향상의 기회를 제공해 조합원의 경쟁력과 고용안정성·소득까지 높이는 하이로드 전략”이라며 “직업훈련을 단체교섭의 핵심의제로 제기하는 한편 노조가 정부의 인적자원개발정책 수립·집행·평가 과정에 적극 참여해 활동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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