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배
보건의료노조
교선실장

4년마다 열리는 유니 글로벌 유니온(UNI-Global Union) 세계총회가 150개국 5천500여명의 노조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진행됐다.

유니(UNI)는 각국 산별노동조합이 가입한 국제조직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국제상업사무서비스노련(FIET)·국제통신노련(CI)·국제미디어연예노련(MEI)·국제출판노련(IGF)이 2000년 통합해 탄생한 조직이다. 사무·금융·서비스·언론·통신·우편 등 서비스부문을 조직대상으로 삼고 있다.

최대 과제는 '노조 조직 강화'

이번 총회장에 내걸린 대회 슬로건은 “다 함께(Including You)”였다. 아프리카 말로는 “우분투(Ubuntu)”다.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토론됐지만 주요 주제를 살펴보면 △노조 조직 강화를 위한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돌파 2014~2018 계획’ △넬슨 만델라 서거 1주년 추모와 아프리카 지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20년 투쟁 역사 회고 △자유시장경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 건설을 위한 투쟁 과제 △중동 평화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평화선언 △모두의 참여로 새로운 노동세상을 열어 가자는 것 등이다.

현재와 같은 불평등한 세상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조합의 조직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 특히 강조됐다. 이는 “다 함께 노조 발전을 위해”라는 말로 압축됐다.

UNI의 사명은 부의 동등한 분배, 모두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노조 확대가 필요하고 단체협상력을 높이는 등 노동조합의 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UNI는 신규 조직화와 조직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전략캠페인 조직화 조사 및 교육(SCORE) 부서를 설치해 부문과 지역의 캠페인을 지원했고, 본부에서 지원하는 조직화 기금으로 각국에서 조직화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거듭 강조됐다.

다국적기업과의 세계협약은 큰 성과

아울러 UNI는 다국적기업과 세계협약(국제노동조합이 다국적 기업과 체결하는 단체협약)을 50여개 체결했다. 이러한 세계협약은 직장에서의 공포감을 줄이고 노조 조직화를 위한 공개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보고됐다.

예컨대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들을 위한 화재 및 건물안전에 관한 방글라데시 협약은 100개 글로벌 기업과 유통업자들에게 구속력을 갖는다. 노조들은 물론 NGO들이 협력해 얻은 의미 있는 결과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각국의 발언자들은 투기금융이나 불평등한 세계에 대한 강한 우려와 비판을 쏟아 냈다. 2010년 현재 전 세계 인구 상위 0.5%가 전 세계 부의 36%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전 세계 하위 70%는 부의 4.2%만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인구의 47%가 빈곤층이고 실업률이 25%로,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곳 중 하나이며 불평등한 세계의 축소판이다.

UN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임금인상이 필요하고 최저임금의 현실화, 남녀 간 임금차별 해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경우 여성임금이 남성에 비해 24% 낮으며, 아프리카는 34%의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유무역협정에 삽입된 사회적 조항(무역과 연계해 노동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조항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각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각종 무역 및 투자 협정(TTIP·TPP·TISA· CETA)을 파기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았다. 이러한 협약들은 규제완화와 민영화에 기초해 실패한 신자유주의 경제 이념을 반영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UNI는 이러한 접근을 전면 거부하고 인간을 우선시하고 민주적인 기준, 공공의 이해를 보호하는 공정한 형태의 새로운 무역 틀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유니 새 위원장 만장일치 선출

세계총회 기간에는 넬슨 만델라를 기리는 영상과 발언이 많았다. 인종 차별을 겪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민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라는 것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많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노총인 코사투(COSATU) 사무총장은 분열 위기에 처한 남아공노총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희망을 동시에 표하면서도 남아공의 부패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UNI는 총회 마지막 순서에 임원을 선출했다. 조드 부룬 현 위원장이 퇴임하고 앤 살린(Ann Salin) 핀란드 서비스노조(PAM) 위원장이 UNI의 새 위원장에 선출됐다. 필립 제닝스 사무총장은 다시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총회 기간에는 ‘종이(문서) 없는 회의장’의 모습이나 화려하고 감동적인 각종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남아공의 뜨거운 열기만큼 UNI의 행동 계획들이 불평등한 세상을 돌파하는 뜨거운 용암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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