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서울시에서는 간부급 인사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인사적체 해소와 조직 활성화를 명분으로 시가 일부 고위직공무원에 대한 보직 해임에 나서자 일부 국장급 인사들이 강력반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1명은 직위 해제조차 못했고, 보직 사퇴한 2급 공무원 2명은 서울시정개발원에 적을 두게 하는 편법으로 마무리됐다. 이들은 특별한 업무가 주어지지 않는 무보직이면서도2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어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비판을 받고 있다.

98년부터 인력 감축에 나선 자치단체들이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후에도 사직을 않고 버티기를 하는 공무원들로 인해 말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현행 공무원법상 당사자가 사표를 내지 않는 이상 퇴직처분(직권면직)을 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월급은 물론 상여금까지 꼬박꼬박 받는 속칭 인공위성 공무원들은 늘고 있지만 행정자치부나 자치단체들은 뚜렷한 해결책을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태와 문제점〓지난 98년부터 구조조정을 독려해 온 정부는올해말까지 총 8만9000여명의 공무원을 감축 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중 국가(중앙) 공무원(2만6000여명)과 교육관련 공무원(7000여명)을 제외한 5만7000여명이 자치단체의 몫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자치단체들은 지난 3년동안의 공무원 구조조정 결과 총 4만9000여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목표치 5만7000여명의 87% 가량을 감축한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 7000여명을 더감축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 자치단체들마다 적잖이 골치를썩고 있다.

서울 각 구청의 경우 현재 초과 인력은 모두 1031명. 이들중 관악구 20여명, 노원구 20여명, 종로구 10여명 등 대기발령 상태에 있는 157명은 오는 7월31일까지 직권면직에 의해 일자리를 잃어야 할 처지에 있다. 이들은 현재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해 각 부서에서 업무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익산시는 98년부터 지난해까지 160여명을 구조조정에 의해보직 해임했으나 자진 퇴직자 100여명을 제외한 인원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시는 이들의 자진퇴직만기대하고 있다. 군산시도 올해 현재 40여명이 사실상의 대기발령 상태에 있다. 이들 2개 시가 무보직 공무원들에게 지급한 월급은 지금까지 2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이밖에 전남 50여명, 충남11명, 충북 10여명, 부산시 7명이 보직 해임돼 대기발령 상태에있다.

인력감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부 자치단체들도 퇴직한공무원들을 다시 산하 기관이나 지방공사 등에 재취업시켜 구조조정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전국 18개 지자체가 99년 6월이후 모두 18개 기관을 설립해 정원 924명중 80%가 넘는 768명을 퇴직공무원으로 채웠다며 최근 시정을 요구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개발공사, 도시철도공사,시설관리공단 등의 사장과 감사 등이 현직에서 옮겨가거나 퇴직공무원으로 채워졌고, 부산시도 부산도시개발공사의 전체 직원 140여명중 절반가량이 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경기도 부천시 시설관리공단, 전북개발공사, 강원도개발공사 등의직원 상당수도 퇴직공무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은 없나〓공무원들은 비리 등에 의한 구속 등 뚜렷한 이유가 없는 한 강제퇴직시킬 수 없다. 현행 지방공무원법에 의해 공무원의 신분이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대기발령자에대한 강제 퇴출은 사실상 어려워 자진사퇴를 하지 않으면 보직만 없을 뿐 직급은 계속 유지된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대기 발령자에 대해서만큼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치단체장의 직권 면직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단체장들이 선거 등을 의식, 지방공무원법의 ‘공무원 정원조례’ 규정을 활용하지 않고 있는게 문제라는 것이다.

행자부 자치제도과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무원의 신분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었지만 98년 공무원법 개정으로 절대적인 신분보장제가 허물어지고 있다” 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준만 있으면 단체장들이 직권 면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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