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서울특별시 청년의 능동적인 사회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자립기반 형성을 통해 청년의 권익증진과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11월28일 서울시의회에 34명의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서울특별시 청년 기본조례안’의 첫 번째 조항이다. 조례안은 현재 기획경제위원회 소관으로 회부된 상태다. 다가오는 19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로는 전국 최초의 사례다. 더군다나 현행 법령 중에서 청년에 관한 것은 일자리 문제를 중심으로 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뿐이다. 유사한 취지의 법안으로 청년발전기본법이 있으나 현재 소관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 청년정책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은 한국 법체계 전체로 따져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조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그간 청년들이 겪는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온 청년단체들이 조례안 작성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청년의 주거·부채·생활안전, 문화 등 법적 근거가 부재하기 때문에 번번이 좌절됐던 분야의 정책들이 힘 있게 펼쳐질 수 있는 공간이 열린 것이다.

2003년 중앙정부의 청년실업 종합대책과 2004년 청년실업해소 특별법 제정 이후 지난 10년간 정책대상으로서의 청년은 ‘고용취약계층’이라는 일면적 분석에 그쳐 왔다. 물론 청년실업의 양상이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것은 맞다. 그러나 정부가 청년인턴과 같은 단기 일자리 창출 정책에만 집중한 10년 새 청년의 구체적인 삶은 보다 근본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책에는 분야가 있고 행정에는 칸막이가 있겠지만 개인의 삶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은 유기적으로 통합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최근 청년층 고용률마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우리 사회는 10년간 무엇을 한 것인가. 청년은 일자리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빈곤한 주거상태에 빠져 있다. 삶의 고비용을 감당할 만한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각종 명목의 부채를 떠안아 신용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요즘 ‘청년실신’이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실업으로 인해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는 뜻이다.

이런 현실에서 서울시 청년 기본조례는 청년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에서부터 능력개발·노동·일자리·주거·부채·생활안정·문화·권리보호에 이르기까지 정책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사회적 교섭’을 청년문제 해결의 유의미한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다. 공공의 의사결정과 사회적 조정 과정에 있어 정치의 우선적인 역할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는 기본적 입장을 전제로, 행정과의 협력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돌파구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틈새를 열고자 했다.

지난해 1월 체결한 ‘서울시-청년유니온 청년일자리 정책협약’이 작은 시작이었다면, 2015년을 앞둔 지금 기본조례 제정은 하나의 매듭이자 또 하나의 작은 시작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도·거버넌스·정책 과정은 그 자체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이든 한계든, 현 시점에 무엇을 논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많은 노력에도 우리는 여전히 실체 있는 변화에 이르지 못했다. 기본조례로 열릴 제도적 공간에서 청년들의 다양한 활동과 목소리를 끊임없이 조직하고 그것을 동력으로 ‘청년참여행정’의 거버넌스 모델을 실제로 작동시켜야 한다. 당사자 주체의 운동과 실천이 결여된 형식의 발전은 결국 더 큰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수준은 ‘서울시’라는 특별한 기회구조 위에서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는 단계에 있다. 앞으로 지역모델의 전국적인 확산과 더불어 중앙정부 수준의 대안까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기본조례가 한국 사회 청년정책의 전환을 알리는 좋은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서울시 청년 기본조례 제정을 기대한다.

청년유니온 정책국장 (scottnearing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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