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바람에 낙엽 날더니, 금방 눈 쏟아진다. 빗자루며 쓰레받기 들고 경비노동자가 일복에 겨웠다. 무 배추 토막 널브러진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적이다가 어느새 잔뜩 쌓인 재활용품 자루를 묶는다. 차곡차곡 폐지를 쌓고, 깨진 유리병 조각을 그러모은다. 언 손 녹이려 들어간 초소엔 택배 상자 가득하다. 내선 전화 시끄럽게 울어댄다. 층간 소음 화풀이가 수화기 너머 걸쭉하다. 늦은 밤 주차시비 통에 비뚤어진 모자를 고쳐 쓴다. 낡은 의자에 기대 쪽잠을 청한다. 문득 전화기 들어 어린 손주 사진 몇 장을 보고 또 본다. 먼지 내려앉은 형광등이 껌벅껌벅 살고 죽는다. 뿌연 창 너머 눈송이가 날린다.
겨울, 경비노동자
- 기자명 정기훈
- 입력 2014.1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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