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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안전보건은 문화적 차원의 문제, 위험 볼 줄 아는 능력 키워야”
▲ 정기훈 기자

산업현장과 일상은 동떨어진 무엇이 아니다. 산업현장의 위험은 일상의 안전을 위협한다. 2012년 구미산단 불산 누출사고, 지난해 대림산업 폭발사고나 현대제철 질식사고를 보면 알 수 있다.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막아 내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런 감지능력이 때로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서 생과 사를 가르기도 한다. 올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사람들의 눈길이 사회안전뿐 아니라 산업·노동안전에도 쏠렸던 이유다.

이영순(68·사진)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이제 안전보건은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영순 이사장은 "용접은 열심히 배우면서 폭발사고를 막는 기술은 등한시한다"며 "기술을 구현할 때 오는 위험요인을 함께 알려 주는 것, 바로 위험을 볼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16일 취임했다. 학계 전문가가 공단 이사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9일 오후 울산시 북정동 공단에서 그를 만났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다. 공단 이사장으로서 책임이 클 것 같은데.

“공단과 정부가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해 해야 할 일이 많다. 그간 사회적인 관심도 높았고, 노력도 많이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뭔가 핵심적인 것을 빠뜨려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장에 취임해 어깨가 무겁다. 지금까지 우리가 하지 않았던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산재정책 중심 사망만인율에 맞춰야

- 산업안전 전문가로서 안전보건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집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최근 산업재해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근로자 1만명당 사망사고를 보여 주는 사망만인율은 선진국보다 높다. 정책 중심을 사망만인율에 맞춰야 한다. 서비스업 비중이 늘어나면서 장년·여성·외국인 등 산재취약계층이 서비스업으로 유입되고 있다. 취약계층의 안전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나 유해화학물질로 근로자의 일상적인 건강이 위협받는 만큼 산재예방정책 범위를 넓혀야 한다. 최근 종종 일어나는 대형사고에 대한 예방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원에서 안전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 부실한 산재 보고방식이 산재은폐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초 산재발생 초동단계부터 구급차량 출동과 처치기록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어 처벌 수준을 높였고, 산재다발 사업장 공표기준에 산재은폐 관련 지표를 강화했다. 7월부터는 산재 보고기준과 보고방법을 개선해 시행하고 있다. 산재보고 기준을 기존 ‘4일 이상 요양재해’에서 ‘3일 이상 휴업재해’로 바꿨다. 보상 정보보다는 예방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산재은폐 논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 바뀐 제도를 사업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 최근 서비스업 재해가 늘고 있다. 재해예방 대책을 소개한다면.

“위험직종에 대한 기초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다.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해예방 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할 것이다. 직종별로 재해예방 특화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장년·여성·외국인 등 산재 취약계층이 많이 일하는 직종의 유관기관·단체와 협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노동부와 협의해 50인 미만 사업장도 법적 교육의무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다.”

감정노동 산재는 우리 모두의 과제

- 감정노동 산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감정노동 산재가) 최근 5년간 증가 추세에 있다. 기업과 소비자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사업주가 적절한 고객응대 지침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 공단에서는 녹색소비자연대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감정노동전국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회 전반에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사업주의 인식을 바꾸려고 감정노동자문단도 꾸렸다. 콜센터나 백화점 같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 감정노동과 관련해 제도개선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동안 20개 감정노동 직종에 대한 안전보건기술 지침, 8개 종류의 직업건강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보급해 왔다. 조만간 음식서비스업 종사자 같은 감정노동 고위험 직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평가·관리 지침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형 감정노동 평가도구를 만들었다. 감정노동의 수준, 정신적·육체적 폭력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현재 평가도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평가도구가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건강보호에 도움이 되도록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아직까지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 2012년 구미산단 불산 누출사고를 비롯해 화학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그동안 정부의 화학공장 점검은 주로 안전기준 준수 실태에만 머물렀다. 노후설비에 대한 조사나 대책 마련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공단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올해 8~9월 30년 이상 가동된 화학설비 보유 사업장 205곳을 조사했다. 시설개선·제도개선·자금지원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초자료로 활용할 것이다. 자율공정 안전관리체계 구축과 노후설비 교체 융자지원, 우수사례 발굴을 계획하고 있다.”

- 올해부터 50인 미만 제조업을 대상으로 산재예방요율제가 시행됐는데 효과가 있나.

“산재예방요율제는 사업주교육(10%)이나 위험성평가(20%)를 인정받으면 산재보험료를 깎아 주는 제도다. 올해 10월까지 5만5천여개 사업장이 신청해 1만8천여곳이 사업주교육 혹은 위험성평가를 인정받았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이 인하된다. 이들 사업장의 재해율을 보면 전년보다 17.6% 줄어들었다.”

- 위험성평가 인정과 산재예방요율제가 실적 채우기로 흐를 가능성도 있는데.

“위험성평가제도는 지난해부터 사업주들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다만 100인 미만 중소기업은 위험성평가 인정제도를 만들어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공단 직원이 현장을 방문해 심사한 뒤 점수가 70점 이상이 돼야 인정해 준다. 70점 미만을 받으면 현장컨설팅을 실시한다. 실적 위주보다는 안전수준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재사고, 부주의 아닌 경영전략 실패 때문

- 산재사고가 50인 미만에 집중되는 것은 대기업들이 위험을 외주화하기 때문 아닌가.


“정부가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컨대 도급 인가를 받아야 하는 위험작업의 범위를 넓히고,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은 상시적으로 사내도급을 금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주가 산재사고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누군가 부주의해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경영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수 있다.”

- 잘 다루지 않았던 신종 직업성 암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석면이나 벤젠처럼 잘 알려진 발암물질에 의한 암을 조사하고 연구해 왔다. 앞으로는 직업성 유방암과 신장암 같은 역학조사와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려고 한다. 직업병 진단을 정확하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근로자들의 직업성 암 예방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서다.”

- 안전문화를 어떻게 정착시켜 나갈 것인가.

“안전보건 기술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차원에서 안전을 바라봐야 하는 시대다. 안전보건이 정부나 공단 같은 특정기관만의 몫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선 사업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업주가 제대로 된 마이드를 가지면 근로자가 따라가고 전문가가 지원할 수 있다. 여기에 적정한 규제가 합쳐져야 한다. 공단의 첫 번째 슬로건은 ‘조심조심 코리아’다. 두 번째 슬로건은 ‘위험을 볼 줄 아는 능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일을 할 때 모두 자기만의 기술이 있다. 그런데 그 기술은 열심히 배우면서 위험해지지 않으려는 기술은 배우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용접은 열심히 배우면서 폭발사고를 막는 기술은 등한시한다. 기술을 구현할 때 거기서 오는 위험요인을 함께 알려 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직업기술교육과 안전교육이 따로 노는 셈이다. 위험을 볼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 그리고 자랑스러운 공단을 만드는 것이 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부분이다.”

이영순 이사장은

1985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안전학회 회장·안전보건공단 비상임이사·매경안전환경연구원 원장·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자문위원을 지냈다.

97년에는 안전관리 활동으로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포장을 받았다. 2002년에는 산재예방 분야 노동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황조근정훈장과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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