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사상 처음으로 실시하는 임원직선제가 12월3일부터 9일까지 전국 사업장에서 조합원 투표로 진행된다. 선거인명부상 67만명의 조합원이 투표권을 행사해 조직의 수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와 무게가 상당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총연맹 단위 직접선거는 매우 이례적이다. 임원직선제는 향후 민주노총의 성패를 가를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개연성이 높다. <매일노동뉴스>가 4개 후보조 위원장 후보 지지글에 이어 수석부위원장 후보와 사무총장 후보에 대한 인물평을 담은 연속기고(기호 순)를 싣는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편집자>

 

강진수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정말 춥고 혹독한 겨울이었다. 고공농성을 하고, 단식농성을 하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어느덧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불을 지피고, 호떡과 어묵을 나누고, 매일같이 문화제를 열었다. 지역운동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지회장의 단식이 30일을 넘어섰다. 이제는 "형, 배고파"라는 농담 같은 투정도 부리지 않았다. 단식을 중단하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현창이의 눈을 본 순간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항상 장난기를 품고 있었던 눈에는 지회장으로서의 결연함이 있었다. 나는 순간 ‘아, 정말 이 투쟁에 목숨을 걸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다른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조직돼야 이 투쟁도 힘을 받을 텐데, 걱정이다”고 말했더니, 그는 “투쟁한다고 자연스럽게 비정규 노동자들이 조직되지는 않습니다. 투쟁으로 정규직이 된다는 확신이 없다면 말이죠. 그래도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투쟁을 알리고 선전하는 일을 게을리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굉장히 냉정한 답변이었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본다는 느낌보다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렀다. 신현창 동지는 해고자 신분을 벗고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조직 사업과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지난 7기 민주노총 임원선거에 나는 사무총장 후보로 이갑용 동지와 함께 출마했다.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와 관련한 정책을 구상할 때 신현창 동지가 했던 말이 아직까지 뇌리에 박혀 있다.

“A라는 노동자는 6개월 전에 편의점에서 알바로 일했습니다. 서비스업에서 일을 한 겁니다. A라는 노동자의 현재 직업은 임시직 사무보조입니다. 6개월 후에는 새로운 직업을 알아봐야 합니다. A라는 노동자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려면 6개월 전에는 서비스연맹, 현재는 사무금융연맹, 6개월 후에는 다시 소속을 옮겨야 됩니다. A라는 노동자에게 직업을 선택하는 공통성은 지역입니다. 이런 노동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 조직화를 이야기하면서 산별체계를 고집합니다. 비정규 불안정 노동시장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정규 불안정 노동시장을 분석 또는 예측해 조직과 투쟁을 기획하는 능력도 없습니다.”

신현창 동지는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방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 비정규직 당사자로 사무총장 후보로 나섰다. 신현창 동지가 말하는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 조직방안은 추상적이거나 선언적이지 않다. 투쟁하면 무조건 조직된다거나, 비정규직 100만 조직화를 아무런 대안 없이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조직과 재정과 인력이라고 말한다.

지역에서도 미조직 전략조직화 사업이라는 것을 진행한다. 2명의 상근자가 활동하고, 지역 사회단체들이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는 수준을 넘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유의미한 성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신현창 동지는 그런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열심히 활동하는 동지들을 탓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해법을 제시한다. 내가 신현창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다. 민주노총이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를 조직하고 전체 노동자계급의 대표성을 획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지들은 신현창 후보의 정책과 대안을 관심 있게 봐야 한다. 목숨을 건 투쟁에서 보여 준 결연한 의지와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 구체적인 대안을 가진 사람. 민주노총에는 신현창 동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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