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을 정상화하겠다며 임금과 복지를 축소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인 단체교섭권마저 부정하고 있어요. 이게 정상입니까?"

김영희(47·사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경북대병원분회장의 한탄이다. 경북대병원이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후폭풍으로 흔들리고 있다. 분회는 파업을 예고했다.

김영희 분회장에 따르면 병원이 제시한 안은 임금을 총액인건비 대비 1.7%로 묶고, 퇴직금에 비례해 지급하는 퇴직수당을 20년차 기준 60%에서 39%로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차수당은 150%에서 100%로 줄이고 임금을 산정시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월 192시간에서 209시간으로 연장했다. 하계휴가와 퇴직격려금을 폐지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노동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또 있다. 경북대병원이 제3 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회는 "착공을 눈앞에 둔 제3 병원은 공공의료기관의 임무와 역할을 내팽개치고 영리추구만 노린 의료 민영화의 앞잡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4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에서 김 분회장을 만났다.



- 임금협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올해 5월 말부터 교섭을 시작했다. 병원에서 정부 지침이라며 개악안을 들고나왔다. 병원장은 교섭에 불참하는 등 불실성한 협상으로 일관했다. 이달 18일 본교섭을 했는데 논의를 진척시킬 만한 여지가 없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6월에 쟁의조정을 중지했다. 그럼에도 병원측은 복지 개악안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임금을 1.7% 인상하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분회는 정부의 의료 민영화와 공공기관 가짜 정상화에 맞서 6월27일과 7월22일 상경투쟁을 했다. 이달 27일에는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권리를 박탈당한 처지라서 양보할 게 없다."



- 임금 외에 어떤 쟁점이 있나.

"간호인력이 20~30명 부족해 노동강도가 너무 세다. 간호사들이 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힘들게 일하고 있다. 지난해 노사가 상시업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는데도 병원측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2년마다 해고되는 실정이다."



- 파업을 비롯해 향후 투쟁계획을 설명해 달라.

"병원측의 개악안을 철회시키고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정부와 병원이 잘못된 공공기관 정상화를 계속 추진한다면 27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 헌법에 보장된 단체교섭권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고 강탈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병원 구성원과 환자들을 무시하고 의료 민영화·영리화에 눈먼 정부와 병원의 무분별한 의료시설 확장도 막아 낼 것이다. 제3 병원 건립을 반드시 저지하겠다."



-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동조건을 개악하고 공공의료를 파기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위다. 한마디로 불의다. 분회의 파업은 정부와 병원의 불의에 맞선 정의로운 투쟁이다. 병원의 방만한 경영과 무리한 시설확장으로 부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원의 적자는 과잉진료로 이어지고, 환자의 호주머니를 털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노동조건을 개악시킬 것이다. 시민들 입장에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박근혜 정부와 병원 사용자들의 행패에 저항하는 분회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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