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주강이는 대법원 앞에서 내내 웃고 활달했다. 이리 뛰고 저리 구르는데 거칠 것이라곤 없었다. 눈빛 맞추면 누구나 이모, 삼촌이다. 거기 모인 누구와도 스스럼없었다. 카메라 앞을 지나면서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잊지 않았다.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안에서 세발자전거 끌던 시절부터 닦아 온 솜씨다. 파업 현장을 놀이터 삼았고, 어느 거리 집회장소로 소풍 갔다. 6년이 지났다. 훌쩍 키가 컸고 살이 붙었다. 터질 듯한 볼살이 찬바람에 붉었다. 높다란 건물에서 나오는 아빠 표정이 어두웠다. 엄마는 말없이 먼 곳을 살폈다. 이모 삼촌들이 여기저기서 울었다. 주강이 표정이 따라 어두웠다. 아빠가 집에 자주 안 들어올 거라고 엄마가 말해 줬다. 왜냐고 주강이가 물었다. "싸워야 하니까"라고 엄마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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