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지 어느새 1년이 다 돼 간다.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노사 간의 합의는 무효라는 점을 전원합의체 판결은 분명하게 확인했다. 비록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가 있었다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연장근로수당 등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돼 허용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지만, 이러한 신의칙 적용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 합의에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일 뿐 판결 이후에 그런 합의가 이뤄졌다면 명백하게 무효라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누가 봐도 통상임금이 틀림없는 정기상여금을 두 달에 한 번씩 지급하는 A사가 있다. A사 소속 노동자로 구성된 A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2년 전부터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심 법원에 계류 중이다.

A사와 A사 노동조합은 매년 임금협약을 체결한다. 임금협약은 12월27일 체결됐더라도 그해 1월부터 소급 적용되고, 그해 12월31일 만료된다. 그러니까 A사의 경우 2014년 1월1일부터는 신의칙 적용 가능성이 있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기로 한 합의’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A사는 적어도 2014년 1월1일부터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A사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은 A사가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제대로 포함시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고 있는지 제대로 감독하고, 위법사실이 인지되면 즉각 시정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러라고 사업장 관할 고용노동청이 있고, 그러라고 사업장 관할 근로감독관을 지정해 두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A사는 2014년 11월 현재까지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시급을 책정하고, 연장·야간·휴일수당을 상습적이고 악의적으로 체불하고 있다. A사의 변명은 들어보나 마나 "아직 법원에서 우리 회사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식의 항변일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A사를 관할하는 고용노동청이다. 고용노동청은 어느 사업장이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지 조사를 마친 상태다. 자기 관할에서 정기상여금에 관한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이 어딘지 안다는 것이고, 적어도 그 사업장만큼은 통상임금 적용과 관련해 임금체불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렇다면 그 사업장만큼은 사용자의 위법한 임금체불 행위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감독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A사를 관할하는 고용노동청은 아무 말이 없다.

결국 정기상여금과 관련한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노동자든, 소송을 하지 않고 있는 노동자든, 아직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은 채로 시급을 적용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면 일단 사용자를 상대로 형사상 고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것만이 상습적이고 악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용자와 위법행위를 일삼는 사용자에 대해 너무나도 느슨하고 관용적인 고용노동청의 못된 이중주를 멈추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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