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

오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의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대표소송 선고를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노동과 총자본의 대리전 성격을 갖고 있는 현대차 노사관계에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당사자인 현대차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대표소송 승소냐, 패소냐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는 패소적 관점과 승소적 관점의 대립이 심각하고 법원에 탄원서 제출 서명운동을 두고도 집행부와 현장조직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2012년 9월5일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요구를 단체교섭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대표소송 결과에 따르기로 노사합의를 한 사실이 있다. 변호사 선임과 자료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3월5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그사이 지난해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고무된 현대차지부는 2014년 단체교섭 요구안에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요구안을 제출했지만 10월1일 “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2015년 3월31일까지 합의한다”는 미완의 합의에 그치고 만다. 여기에 '임금 경쟁력 유지 및 임금체계의 합리적 조정'을 전제로 하는 임금체계 개선까지 합의한 상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근로기준법에 부합한다고 판결한 만큼 근기법대로 통상임금 계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지부 집행부의 임금체계 개선 합의가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24일 내놓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과 3월19일 발표한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현대차 노사 간의 통상임금 관련 합의는 현대차그룹 노사 단체교섭의 가이드라인이 돼 기아차·현대로템 등이 그 벽을 넘지 못하고 현대차 수준에서 타결됐다. 금속노조의 70%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과 부품사 노동조합들은 현대차 노사가 체결한 통상임금 합의 가이드라인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현대차지부 하나만 제대로 관리하면 금속노조를 통제하고, 15만 금속노조의 막강한 투쟁력에 기대는 민주노총까지 그 파급력이 미쳐 1천800만 전체 노동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차지부의 통상임금 관련 합의는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들과 노사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11월7일 1심 판결 결과가 결정적 지렛대가 될 것이다. 현대차지부가 통상임금 대표소송에서 패소한다면 향후 10년 이상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임금삭감·하향평준화 논쟁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런데 최강의 투쟁력을 가진 현대차지부가 왜 대법원의 확정적 판결, 한국지엠과 쌍용차 등 완성차의 올해 3월 시행 합의, 현대차 재벌의 무리한 한전부지 부동산투기라는 유리한 조건에서도 저 정도의 미완의 합의에 그치고 말았을까.

통상임금 대표소송 패소전망은 결정적으로 변호사의 말을 빌린 지부장의 입에서 나왔다. 9월 초 교섭 막바지에 열린 대의원 통상임금 설명회에서 "패소할 것"이라는 말에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은 주눅이 들었다. 그 결과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의견을 누르고 51.5%로 통과됐다.

통상임금 대표소송 패소 주장은 아마 현대차가 주장하는 ‘15일 미만 근무자 상여금 지급제외’라는 ‘상여금지급시행세칙’ 6.4항을 근거로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판단의 4대 기준은 소정근로의 대가·일률성·정기성·고정성인데, 현대차는 15일 미만 근무자 상여금 지급제외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정성이 결여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주장하는 상여금지급시행세칙 6.3항 지급액 산출의 경우 "기준기간 내 실근무일수를 기준기간 총일수로 나눈 수에 지급률을 곱한 백분율로 하되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절상해 정수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일할지급을 해 왔기 때문에 대법원의 고정성을 충족한다. 현대차는 이를 감추고 6.4항의 고정성 결여 부분만 주장하며 속여 왔다.

또한 6.4항의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60일분의 상여금 100%를 지급제외하는 것 자체가 근기법 위반으로 원인무효다. 불법이 법률적 판단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상여금지급시행세칙을 1994년 6월1일부터 임의대로 제정해 운영해 온 현대차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33조와 근기법 제14조·제15조·제17조·제20조·제43조·제94조·제95조·제96조, 단체협약 제21조·제52조를 위반했다. 이런 불법행위는 근기법 제92조·제109조·제114조·제116조에 따라 처벌대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서열 2위의 현대차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취업규칙 하위규정에 임금착취제도를 두고 비윤리적 불법경영을 했다는 사실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다. 법원은 불법·원인무효 조항을 근거로 현대차 재벌의 손을 들어줘서는 안 된다. "근로기준법은 위반했지만 불법은 아니다"는 식의 정치적 판결이 아니라면 노동자들이 승소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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