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헌법 제61조는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국정감사 실시를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국회는 국정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 시작 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실시한다. 다만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감사대상과 감사기간을 특정하고 있다.

국정감사의 중요성은 긴말이 필요 없을 정도지만 역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국정감사 또한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87년 체제’의 산물이다. 제헌부터 3공화국까지 이어 오던 국회의 국정감사 권한은 4공화국과 5공화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행정부가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고 독주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감사 권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옳은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누리는 현행 국정감사는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정신 못지않게 대의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는 소중한 헌법제도다.

되찾을 당시의 기억이 희미해져서일까. 이런 소중한 국정감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짧은 기간조차 귀찮았던지 초단기로 진행되고 있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무엇을 찾을 수 있었겠는가.

국정감사 초반부터 여당에서 발의한 이른바 ‘근로시간 60시간 연장법’으로 초점이 분산된 탓일까. 시작부터 불안했다.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사업장으로 수년 동안 불법파견을 해 왔음이 분명한 사업장의 사용자조차 증인으로 소환하는 데 실패했다. 시간만 허비하고 시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지난 1년 동안 행정부가 잘못한 일을 꼼꼼히 살펴보는 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굳이 새로운 사실을 찾을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이 위헌·위법을 넘어 그 지향점마저 다분히 노동자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년을 넘기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문제, 시행 3년을 넘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한 평가, 최저임금을 높이고 아예 생활임금으로 전환하는 문제까지 굵직한 이슈가 수없이 많다. 전직 장관마저 잘못됐다고 비판할 만큼 자의적인 해석으로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 통상임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기업들의 장애인 의무고용 위반이나, 기능장 시험에서의 부정행위, 자의적인 기준에 따른 통신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부정사례 고발은 그나마 적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국정감사장에서 이런 제안이 나오길 기대했다. “장관은 현재 ‘고용노동부’를 ‘노동부’로 다시 되돌리는 것은 어떤가”라는 취지의 제안 말이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의 정체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현재의 무기조·무소신 노동정책은 그 이름을 잘못 붙인 탓이 크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고용’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고용’을 붙인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그 핑계로 ‘노동’은 더욱더 설자리를 잃고 말았다.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열리는 회의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배경 그림 역할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의아하다. 노동자들 눈에 비친 장관은 더 이상 ‘노동자’를 보호하는 최종 책임자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의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일 뿐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자’를 지켜 줄 정부가 필요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없다. 고용부가 아닌 노동부가 꼭 필요한 이유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빠뜨렸다면 다음 국정감사나 정부조직 개편을 논의하는 때라도 국회의 송곳 같은 지적이 있기를 바란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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