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5일 시간선택제 일자리 후속·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던 시간제 노동자들에게 사회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퇴직 전 3개월을 평균해 산정하는 퇴직금도 내년 하반기부터 전일제로 일하던 기간을 감안하기로 했다. 시간제 공무원도 4천600명을 채용하고 이들에게 공무원연금을 지급한다. 현직 교사가 시간제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하고, 시간제를 많이 고용하는 병원이 유리하도록 건강보험 관련 규정도 바꾼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핵심 도구다. 단순하게 계산하더라도 전일제 일자리를 2개로 쪼개면 고용률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한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과연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은 성공할 수 있을까.

노사정 협력으로 노동시장 관행 바꿔야

이수영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심의관

정부가 발표한 여성고용 및 시간선택제 일자리 후속·보완 대책은 그간 현장 수요와 여건 변화 등을 반영해 기존 대책을 보완하는 한편, 새로운 과제를 추가한 것이다.

정부는 일하는 여성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보육체계를 개편하고,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또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활성화하고, 경력유지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이는 방향으로 모성보호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그리고 일·가정이 양립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인식과 문화를 바꿔 나갈 것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국민의 희망과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우수사례가 확산되면서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도 확대되고 있다. 시간선택제는 전일제 중심의 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꾸고 일·가정 양립 문화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근로형태다. 개인의 ‘선택’과 기업의 ‘수요’가 일치할 때 만들어지는 일자리로, 노사가 모두 만족할 때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기존 전일제 근로자가 자녀양육·간병·퇴직준비 등을 위해 시간선택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또한 시간제 근로자가 사회보험·퇴직급여 등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노동시장의 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간선택제가 양질의 일자리로 확산돼 새로운 고용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사정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확산 앞장서겠다는 정책

강혜진
공무원노조
부대변인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은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조정 정책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제도를 보완한다면서 전환형 시간제 활성화와 지방직 공무원 할당을 현행 3%에서 4%로 확대하고 시간제 적합직무를 발굴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공직사회 내 비정규직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공공부문 고용의 질 하락은 물론 공공행정 서비스의 질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사회에 이미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을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확산시키겠다는 속셈이다. 정부는 당초 국민연금 적용이었던 시간선택제 공무원에 대한 공무원연금 적용 전환을 마치 대단한 고용조건 개선책인 양 포장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을 개악하겠다고 열을 올리는 정부의 이중적인 모습에 낯이 뜨거워진다. 게다가 현재 9급 입직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초임은 80여만원에 불과하다. 공무원연금법상 연금수급 자격이 되는 20년을 근무해도 월급은 180여만원에 그친다.

개악된 공무원연금을 수급하기 위해 시간제 비정규직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하며 20년을 버틸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되묻고 싶다. 정부는 공직사회 내 갈등과 노동조건 악화·공공행정의 질 하락을 초래할 시간선택제 공무원 정책을 지금이라도 당장 철회해야 한다. 정규직 공무원 증원을 통해 청년실업과 공공행정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올바른 대책이다.

적합직무 찾기 어려워 할당 논란 되풀이될 듯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후속·보완 대책'으로 근로시간·소득을 합산해 시간선택제 노동자의 사회보험 차별을 해소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건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려고 했다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조치이지 개선한 것은 아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연금을 적용한다고 하는데, 좋게 보면 근로조건 향상으로 볼 수 있지만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이 답보상태이고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려스러운 점이 상당하다. 공무원연금 적용을 받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통해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시행방안도 문제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국민연금을 적용받을 경우에는 월급여의 9%(본인부담 4.5%)를 내면 되지만 공무원연금을 적용받으면 본인부담액이 14%(본인부담 7%)나 된다. 연봉 총액이 전일제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이 과연 이 정도 부담액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내년부터 기존 전일제 근로자를 시간선택제로 전환하는 사업주에게는 전환장려금·간접노무비와 대체인력 인건비를 지원한다는데 여기서 또 얼마나 많은 부정·비리가 생겨날지 걱정부터 앞선다.

각 부처에서도 과거처럼 시간제 일자리의 할당 논란 등을 되풀이할 것이다. 시간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무직종에서 시간선택제를 운영하기 어렵다는 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를 빼고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에 관심이 있는 부처가 있기는 한가. 민간에서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전경련의 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10개 중 6개 기업이 올해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았거나 채용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그들에게 정부 대책이 적절한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환자 안전과 맞바꿔 불안정고용 늘리겠다는 발상

 배은주
보건의료노조
선전국장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후속대책은 박근혜 정부의 치적쌓기용 목표할당제의 후속판이다. 정부는 20개 시간선택제 적합직무를 지정하고 특히 간호사 직종을 대표 적합직무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환자안전과 맞바꿔 불안정고용을 늘리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보건의료산업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특수한 업무이며, 이에 따라 전문성·숙련성·책임성·연속성·협력성 등이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된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하고자 간호인력을 시간제로 돌릴 경우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위험한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전체 보건의료노동자의 70%를 차지하는 여성들에게 임신·육아기를 핑계로 시간선택제를 강요하고 승진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개인의 자발적 수요가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비용감소의 유혹을 야기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정규직 간호인력을 시간제로 쪼개거나 업무량이 많은 시간대에 시간제 일자리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노동자의 노동강도는 훨씬 높아지게 되는 고용구조의 왜곡과 노동조건의 악화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간호인력은 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3분의 1에서 2분의 1 수준으로 절대 부족상태에 있다. 때문에 간호인력 확충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 노동조건 향상 등 모든 면에서 노동계·정부·보건당국마저 공인하는 한국의료의 대표적 숙제다. 시간선택제라는 꼼수 일자리 늘리기가 아니라 OECD의 인력 수준에 맞춰 충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완 대책 환영, 사회보험 확대 적용은 재검토해야

 이광호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

정부는 지난 15일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후속·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민간에 대한 규제보다는 공공부문 선도, 자율적 확산의 기조 아래 인센티브와 재정지원·제도개선을 중심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경영계 역시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활성화가 남성 외벌이 중심의 소득구조를 개선하고 가계소득을 높이는 한편 낮은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제고함으로써 고용률 70% 달성에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적극 공감한다. 또한 시간선택제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대책 중 초단시간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 확대 적용 문제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 60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일자리, 즉 ‘아르바이트’의 영역까지 사회보험이 부과된다면 이들을 주로 사용하는 영세사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인건비뿐만 아니라 행정비용과 관리 부담까지 증대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영세사업자의 경영난 악화와 일자리의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보호를 위해 마련된 정책이 오히려 피해로 돌아가지 않도록 제도를 신중히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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