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엘지디스플레이와 다이소아성산업이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높은 일자리 창출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에도 제조기업이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의 ‘근로자수 100인 이상 민간기업의 고용성장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최초의 기업단위 일자리 창출력 조사다. 사업체가 아닌 기업 단위의 일자리 창출력을 규모별·업종별로 자세히 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30대 그룹이나 100대 기업 등에 대한 고용규모 조사밖에 없었다.

노동부와 고용정보원은 이번 조사에서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를 기준으로 2012~2013년 6개월 이상 근속 피보험자 100인 이상 기업 8천17곳을 대상으로 했다. 공공부문을 제외한 전 업종이 포함됐다.

고용성장지수는 개별 기업의 고용증가 인원과 고용증가율을 곱한 결과다. 절대적인 고용증가분과 상대적인 고용증가율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력을 보여 준다. OECD에서도 활용하는 방법이다. 다만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량만 파악하는 것으로, 고용의 질은 파악하기 어렵다.



◇삼성전자·현대차 15위 안에 못 들어=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고용성장지수 상위 15대 기업에 엘지디스플레이(1위)·다이소아성산업(3위)·한국맥도날드(5위)·코디서비스코리아(7위)·맥킴(8위)·일진디스플레이(12위)·에프알엘코리아(15위)가 이름을 올렸다. 롯데리아와 롯데쇼핑·엘지전자·홈플러스·현대그린푸드·주식회사케이티스·엘지이노텍·풀무원식품주식회사도 포함됐지만 분석기간 내에 인수합병으로 고용이 늘어나 큰 의미는 없다는 분석이다.

상위 15대 기업에 들지 못한 주요 대기업을 보면 삼성전자(32위)와 현대자동차(35위)·두산중공업(48위)은 100대 기업에는 포함됐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이마트·포스코는 포함되지 못했다. 2012~2013년을 기준으로 하면 현대중공업(69위)과 이마트(3위)는 상위 100대 기업에 포함된다. 금융위기 직후 고용에 소극적이다가 최근에야 고용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두산중공업은 최근 2년간 분석에서는 100대 기업에서 제외됐다.



◇제조업, 여전히 고용창출 최고=산업별로 보면 최근 2년간을 기준으로 제조업이 상위 100대 기업의 25%를 차지해 가장 높은 고용창출력을 보였다.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22%)·도소매업(12.0%)이 제조업과 함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제조업은 고용이 절대적으로 증가한 기업의 산업별 분포에서 37%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박진희 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장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제조업이 여전히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는 반면 서비스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과 도소매업은 최근 2년간 고용이 절대적으로 증가한 기업 내 비중보다 고용성장지수 상위 100대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아 고용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사업지원서비스업의 일자리 창출력 증가는 최근 간접고용이 증가하는 경향과 무관치 않다는 게 노동부의 분석이다.



◇대기업일수록 많이 고용=규모별로 보면 고용성장지수 상위 100대 기업 중 1천인 이상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2.9%, 300~1천인 미만 기업이 11.5%로 조사돼 대규모 기업체의 일자리 창출력이 높았다.

만 15~29세 청년고용 현황을 보면 상위 100대 기업일수록 청년고용을 늘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상위 100대 기업 중 1만인 이상기업은 청년고용 비중이 다른 규모 기업에 비해 떨어졌다.

노동부는 “청년고용에 적극적일수록 급속한 고용성장세를 보이지만 대규모 그룹사 취업은 여전히 쉽지 않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고용을 줄인 데다, 신규채용보다는 경력채용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형우 노동시장정책관은 "앞으로 기업의 고용성장지수 분석 결과를 매년 발표할 계획"이라며 "일자리 창출력이 높은 기업들의 특징과 경향성을 분석해 나가고 정책적 시사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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